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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제주 4.3 생존 수형인 18인···이규철 ‘나, 죄 어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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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이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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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제주지방법원 201 법정. 판사가 청구인에게 최후진술을 청한다.“나, 죄 어수다.”98세의 청구인이 크게 소리쳤다. 이 땅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조국에 외치는 71년은 묵은 한이었다. 어지러운 세태, 혼란스러운 시대에 그저 살려고, 살아남으려고 산으로 올라간 것이 죄였다. 당시 그들은 겨우 16~25세였다.(작업노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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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이규철(51)이 제주 4.3 70주년기념사업회, 제주 4.3 도민연대와 함께 제주 4.3평화기념관 전시실에서 18명의 4.3 생존 수형인 이야기를 담은 ‘나, 죄 어수다’ 사진전을 열었다.

제주 4.3사건을 통해 제주도민의 10%인 3만명이 희생당했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제주도민 중 18명의 노령 청구인들은 2017년 4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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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2016년 제주 중산간을 다루는 사진 작업을 하면서 수형인의 육성을 듣기 위해 법정을 찾았다. 자식들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개인사, 오랜 세월 한 맺힌 억울함, 그리고 이제야 세상에 나오는 떨리는 목소리, 듣고도 믿을 수 없는 일들을 법정에서 증언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70년 동안 수없이 외친 ‘나는 죄가 없다’는 그 말을 하고 싶었다.

“조금만 더 빨리 재판이 열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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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형인 명부에 기록된 2530명의 수형인 가운데 29명이 생존한 것으로 확인된다. 평균 나이 90세인 그들이 알아듣기 어려운 제주도말로 이제야 말하기 시작했다. 상처와 아픔으로 살아온 71년 세월, 사회의 망각과 침묵의 긴긴 시간이 그들에게 더 큰 형벌이었다.

작가는 “제주 사람에게 제주의 그림자가 사라지도록 육지 것들이 상처를 보듬고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시는 작가가 그들의 아픔과 한에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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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야만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는 이 분들을 기억해야 한다. 진실은 오름처럼 멀리 있지만 늘 함께 있다. 정의를 실현하려면 멀기만 한 것 같은 과거를 바로 지금 가까이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시는 5월21일까지.

cho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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