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의 확전과 종결을 가름지을 막판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추가관세 부과와 보복관세 부과 방침을 주고 받았다. 무역전쟁이 고조되면서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던 지난해의 강대강 국면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8일 밤 11시 23분(현지시간)에 올린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미국이 2000억달러 중국산 수입상품에 물리고 있는 추가관세율을 10일부터 10%에서 25%로 높이겠다고 한 것은 양국 인민과 세계 인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중국측은 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며 만일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조치가 시행되면 중국은 필요한 반격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 문장의 짧은 담화문이지만 미국의 위협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내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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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심야 담화문을 낸 것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이날 관보 사이트에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오는 10일부터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는 내용을 공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다만 관보는 "이 문서는 발행되지는 않았고 9일 발행될 예정"이라며 그 전까지는 PDF 버전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 관세 인상 계획을 온라인 관보를 통해 사실상 게시한 것이다.

USTR은 관보에서 또 이해 당사자들이 일부 제품에 대해 관세인상 예외를 요청할 수 있는 절차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의 관보 게시는 " 워싱턴DC에 도착할 중국 대표단에 대한 압박을 가중할 것"(월스트리트저널)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의 협상이 너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난 10개월 동안 중국은 500억 달러어치의 하이테크에 25%, 그리고 2000억 달러 규모의 다른 상품에는 10% 관세를 미국에 지불해왔다"며 "금요일(10일)에는 10%가 25%로 오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에도 트위터에 "중국이 무역협상을 철회하고 재협상을 시도한 이유는 조 바이든이나 매우 약한 민주당원 중의 한 명과 협상을 해서 앞으로 몇 년 동안 미국(연간 5천억 달러)에 계속 돈을 뜯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진심 어린 희망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혹시나 '차기' 민주당 정부와의 협상을 염두에 두는 것은 용인될 수 없다는 취지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만약 중국이 나중에 민주당 행정부와 협상하기를 희망한다면 이는 잘못 판단한 것이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이제 그들(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대표단)이 미국에 와서 협상한다고 막 알렸다. 지켜볼 것"이라며 "하지만 나는 매년 1000억 달러가 넘는 관세로 미국의 금고를 채우는 것에 매우 행복하다. 미국에는 훌륭하고, 중국에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9,10일 워싱턴에서 11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벌일 예정이지만 10일 0시를 기해 미국이 추가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보복관세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내보낸 상황이어서 9일 협상 결과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그들(중국)이 합의를 원한다는 암시는 받았다"다고 밝혔지만, 더 이상의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미국은 지난해 7월과 8월 각각 340억달러, 16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추가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같은 시기에 동일한 규모와 관세율을 적용하는 보복관세로 대응했다. 중국의 보복 관세 대응에 미국은 작년 9월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10%를 매기기 시작했다. 이에 중국은 600억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에 5~10%의 차등 관세를 매기며 대응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12월 1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무역 담판을 통해 향후 '90일간 휴전'에 합의했다. 이후 휴전 시한을 연장하면서까지 양측 대표단은 베이징과 워싱턴을 오가면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벌여왔고, 타결이 임박했다는 기대가 고조됐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통한 추가 관세 부과 위협을 시작으로 양국 무역관계가 다시 불확실성에 빠져들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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