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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중국만 때리는 트럼프, 동맹국엔 '관세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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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과 무역전쟁에 화력 집중

우방과 갈등 부른 고율 車관세, 부과 결정 시한 전날 6개월 연기

동맹국들에 고율 자동차 관세 위협을 가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관세 부과 결정을 전격적으로 6개월 연기했다. 캐나다·멕시코산 철강 등에 부과한 고율 관세는 철폐했다. 미·중 무역 전쟁이 확전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전선을 중국으로 집중한 것이다. 반면 중국은 6·25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를 나흘 연속 전국에 방영하며 반미 감정을 고조시키는 등 항전의 나팔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이하 현지 시각) 백악관을 통해 "유럽연합(EU)과 일본, 그 외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되는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을 180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자동차가 미국 안보를 해친다며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 문제를 조사한 미 상무부 보고서에 대한 대통령의 검토 시한(18일)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연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캐나다·멕시코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고율 관세도 철폐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 1일 두 나라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한 지 1년 만이다. 미 블룸버그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격화하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 집중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들과의 무역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안팎으로 항미(抗美)의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다. 중국 CCTV의 영화 채널 CCTV-6은 16일부터 내리 나흘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 특집 영화를 방영했다. 미제(美帝)에 맞서 조선(북한)을 도운 전쟁이란 뜻의 항미원조전쟁은 6·25전쟁을 말한다. 16일과 17일 '영웅아녀(英雄兒女)'와 '상감령(上甘嶺)'이란 영화를 각각 편성했던 CCTV-6은 18일 6·25전쟁을 다룬 '기습(奇襲)'을, 19일에는 6·25 시기 가장 참혹한 전투였던 장진호 전투를 다룬 '빙혈장진호(冰血長津湖)'를 방영했다.

중국 환구시보 총편집인 후시진(胡錫進)은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갈수록 격렬해지는 미·중 무역 전쟁이 우리에게 조선 전쟁(6·25전쟁)을 떠올리게 한다"며 "우리는 지금 상감령(上甘嶺) 전투 정신으로 떨쳐 일어나 오늘날의 상감령 전투에서 새 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감령은 강원도 철원군 오성산 남쪽, 저격능선과 삼각고지 사이의 고개다. 휴전 협상이 진행 중이던 1952년 10월 중공군은 미 7사단, 한국군 2사단과 40여 일간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당시 전투를 중국은 '항미원조전쟁 최대의 승리'라고 주장한다.

관영 매체들도 거센 대미 비난전을 계속했다. 인민일보는 19일 자 사설·칼럼에서 "미국이 '중국 기술 유해론'을 퍼트리고 있다" "냉전 사고를 과학기술까지 확대해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환구시보는 전날 "미국 제국주의의 사악한 성격과 용감하게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8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언행을 하고 정치적 수단으로 중국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며 "미국은 너무 멀리 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마자오쉬 중국 주유엔 대표는 17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다른 나라 외교관과 유엔 관계자 등 100여 명을 불러 '중·미 무역 관계' 설명회를 열고 "분쟁이 격화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무역 패권주의를 밀어붙인 결과"라며 "누군가 중국을 공격한다면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 CNBC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 이후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을 위한 일정 협의가 중단됐다"며 "중국이 협상 재개 의사를 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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