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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아덴만 파병 반년만에 돌아왔는데 환영식서 끊어진 밧줄 하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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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함·부두 연결 밧줄이 '펑'… 전역 한달 앞둔 갑판兵 참변

2대째 마린보이, 힘든 함정 근무 자원했는데…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6개월간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해군 청해부대 '최영함' 입항 환영 행사 도중 홋줄(정박용 밧줄)이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해 부대원 최모(22) 병장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특히 숨진 최 병장은 전역을 불과 1개월 남기고 참변을 당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고는 24일 오전 10시 20분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 해군기지사령부 내 부두에서 열린 청해부대 '최영함' 입항 환영식 중 배 앞부분에서 배와 부두를 연결하는 밧줄인 홋줄이 끊어지면서 발생했다.

팽팽한 상태로 배와 부두를 연결했던 홋줄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끊어지면서 배 갑판 위에 서 있던 최 병장과 20대 상병 3명, 30대 중사 1명 등 5명을 덮쳤다. 얼굴을 심하게 다친 최 병장은 현장에서 군의관의 응급조치를 받은 뒤 구급차로 민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숨졌다.



조선일보

24일 오전 10시 20분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 해군기지사령부 내 부두에서 열린 청해부대 ‘최영함’ 입항 환영식 도중 배와 부두를 연결하는 홋줄이 끊어지자 주변에 있던 장병들이 급히 부대원들을 구하러 뛰어가고 있다. 사고로 전역을 불과 1개월 앞둔 최모 병장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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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최 병장은 대학에 입학한 뒤인 지난 2017년 8월 해군에 입대 후 그해 10월 최영함에 배치됐다. 주한 미 해군에 근무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군함을 접했고 해군 입대를 희망했다고 한다.

부대 관계자는 "힘든 함정 근무를 기피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 병장은 전역할 때까지 함정 근무를 자원했다"며 "늘 자발적으로 업무에 솔선수범해 신망이 두터웠고 오늘도 최영함 최선임 수병으로 홋줄 마무리 작업을 하다 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최 병장은 청해부대 파병이 끝나면 전역이 한 달밖에 남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함장과 직접 면담까지 해 파병을 자원했다. 해군은 유족과 장례 절차를 마치는 대로 순직 처리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날 끊어진 홋줄은 굵기가 성인 남성 팔뚝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 4명은 팔 등 신체 일부를 다쳤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자 중 상병 한 명은 이날 오후 퇴원해 부대에 복귀했다. 사상자들은 모두 최영함 갑판병과 소속이다. 부상자들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행사장 주변에 있던 구급차로 군 병원과 민간 병원으로 이송됐다. 일부 행사 참석자는 환자 이송 등 군의 대응이 늦었다며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해군 측은 "현장에서 우선 군의관의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가 이뤄지느라 다소 시간이 걸렸던 것이며 늦게 이송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지금까지 부두에 정박한 함정의 홋줄이 끊어져 장병들이 부상당한 적은 있지만 사망 사고까지 발생한 것은 지난 20여년 사이엔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2월에도 군수지원함인 화천함이 진해군항에서 홋줄이 터져 부사관 1명과 수병 2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군 관계자는 "홋줄 보강 작업을 하던 중 홋줄이 과도하게 힘을 받아 끊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했다. 사고 직후 현장에 달려갔던 한 관계자는 "비명 소리도 없어 처음엔 사고인 줄 몰랐다"며 "현장에서 한 명은 갑판 바닥에 누워 신음하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갑판에 기대어 누워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 환영 행사에는 최영함 장병들의 가족과 지인들도 참석했다. 이 중 일부는 사상자들을 목격해 충격이 컸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행사장에서 200여m 떨어진 곳에서 사고가 발생해 현장에 있던 가족, 지인들은 최초 몇 분간은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날 최영함의 입항 환영 행사에는 장병 가족과 지인, 부대 관계자 등 800여명이 현장에 참석해 있었다.

최영함은 청해부대 28진으로 지난해 11월 출항해 193일 동안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과 인도양에서 선박 596척의 안전 항해를 지원하는 임무를 마치고 이날 진해 군항으로 복귀했다. 4500t급 한국형 구축함으로 승조원 300여명이 탑승한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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