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삭제ㆍ계정해지 못하게 고쳐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구글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권고에 따라 소비자에 불리한 내용으로 돼 있던 약관을 수정하기로 했다. 글로벌기업 구글의 불공정 약관에 대해 공정위가 전 세계 공정경쟁당국 중 처음으로 시정을 이끌어낸 사례다. 아울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넷플릭스(NETFLIX)의 약관에 대해서도 검토에 돌입, 불공정 소지가 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구글이 제출한 불공정약관 4개 조항의 시정안을 검토한 결과 권고 취지에 맞게 수정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30일 밝혔다. 구글이 시정하기로 한 약관은 준비 기간 등을 거쳐 8월 중순께 구글 홈페이지 등에 게재된다.
지난 3월 구글은 4개 약관 항목에 대해 자진시정했다. 이번에 추가로 4개 항목을 수정해 총 8개 항목이 한꺼번에 개정 약관에 반영된다. 이 개정 약관은 우리나라 내에서만 적용된다.
우선 구글과 자회사인 유튜브는 회원의 콘텐츠를 서비스 운영ㆍ홍보ㆍ개선을 위한 범위 내에서 이용하도록 약관이 개정된다. 현재 구글의 약관은 이용자의 콘텐츠를 ‘본 서비스 및 유튜브의 사업과 관련해’ 사용할 수 있도록 추상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공정위 시정 권고를 받았다. 2차적 저작물 작성과 양도 등에도 이와 같은 목적 내에서만 이용할 수 있도록 약관이 바뀐다.
구글이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계정 해지, 서비스 중단도 할 수 없게 된다. 개정되는 약관은 콘텐츠 삭제나 계정 해지 사유를 ‘이용자 또는 제삼자에게 위해를 야기한 경우’ 등으로 구체화한다. 위법하거나 유해한 콘텐츠가 게시된 경우 콘텐츠를 먼저 차단하거나 계정을 해지하고, 그 사유를 회원에게 바로 통지하고 이의제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는 뉴질랜드 총기 테러 영상이나 음란물 등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콘텐츠에 대해 신속한 삭제가 필요하다는 국제적 인식을 반영해 선 삭제, 후 이의제기 약관이 이용자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또 서비스 변경이나 중단이 필요한 경우를 ‘성능 개선, 불법적인 활동 방지’ 등으로 구체화하고, 회원에게 불리하게 계약을 변경ㆍ중단하는 경우 사전통지하도록 개선된다.
약관의 중대한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사전 통지를 하고 그로부터 30일 이후에 효력이 발생하게 하는 내용도 개정되는 약관에 반영된다. 구글은 약관에 대한 동의와 개인정보 수집 등에 대한 동의를 한꺼번에 받아 고객이 각각의 내용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고 동의할 우려가 있었다. 이에 개정되는 약관은 서비스 약관과 개인정보 수집 등에 관한 사항을 구분하고, 이용자로부터 각각 항목에 대해 동의를 받는 형식으로 변경된다.
앞서 구글은 과다한 개인정보 수집, 회원이 삭제한 콘텐츠 계속 보유·이용, 사업자의 포괄적 면책, 부당한 재판관할 합의 등 4개 조항은 자진시정하기로 한 바 있다.
이번 약관 개정은 공정위와 구글이 원활히 협의를 진행해 약관을 시정한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해외 여행사업자 등 글로벌 기업들이 공정위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검찰에 고발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구글이 공정위의 시정권고를 수용해 이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정위는 또 넷플릭스의 약관 조항에 대해서도 불공정 소지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넷플릭스는 회원이 자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못하도록 막은 약관 등을 두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태휘 약관심사과장은 “검토 결과 약관법 위반 혐의가 있다면 직권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저작권 보호 및 유해한 콘텐츠 차단 등에서 국제협력의 흐름에 유의해 이용자 이익을 침해하는 불공정약관을 시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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