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우산혁명’ 이후 최대 / 中 ‘본토 인도조약’ 체결 추진에 / 시민들, 민주주의 후퇴 우려
인산인해 범죄 혐의자를 중국, 대만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곳에도 넘길 수 있도록 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홍콩시민 103만명(주최 측 추산) 9일 도심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AFP연합뉴스 |
홍콩 도심에 2014년 ‘우산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 인파가 집결했다. 홍콩 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 법안’이 법치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明報) 등에 따르면 주최 측은 103만명이 넘는 시민이 이날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경찰은 이날 시위대가 최대 24만명에 달했다고 추산했다.
오후 3시부터 홍콩섬 빅토리아공원에서 모여든 시민들은 중국 송환 반대를 뜻하는 ‘반송중’(反送中) 등의 손팻말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시위 주최 측인 시민인권전선(CHRF) 제안대로 흰옷을 맞춰 입은 시위대는 빅토리아공원을 출발해 코즈웨이베이, 완차이를 지나 애드미럴티의 홍콩 정부청사까지 행진을 벌였다. 시위대 규모는 약 4㎞ 거리를 뒤덮을 정도로 컸다. 시위대 사이에서는 친중파인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구호도 터져나왔다고 SCMP는 전했다. 홍콩 당국은 2000여명의 경찰을 현장에 배치했다.
이번 집회를 촉발시킨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 혐의자를 넘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홍콩 정부가 이달 내 입법을 추진 중인 이 법안이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할 수 있다”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일에는 홍콩 변호사 3000여명이 홍콩 대법원에서 정부청사까지 양복을 입고 행진하면서 이 법안에 반대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법안을 둘러싼 논란이 대규모 시위로 확산된 것은 우산혁명 좌절에 이어 ‘홍콩의 중국화’가 계속될 경우 자유와 인권이 급속히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홍콩 외에 시드니, 타이베이, 런던, 뉴욕, 시카고 등 세계 20여개 도시에서도 연대 시위가 열렸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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