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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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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화웨이 美안팎 균열…백악관"제재 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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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이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 거래를 차단하라는 내용의 제재법 시행을 연기해 달라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와 거래를 끊게 되면 '서비스 조달에 문제가 생긴다'는 이유를 들어 시간 벌기에 들어간 것이다. 중국은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를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국장 대행은 지난 4일(현지시간)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연방 하원의원 9명에게 "화웨이·ZTE 등 중국 통신장비 기업과 거래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2019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시행을 일부 늦춰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 보도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NDAA의 시행 유예기간은 2년이다. 백악관 요청은 정부와 공급 계약 중이거나 연방 보조금을 받는 기업을 대상으로 법 시행 유예기간을 4년으로 늘려달라는 것이다.

법 시행 연기를 요청한 이유는 '서비스 조달난 우려' 탓이다. 보트 국장 대행은 서한에서 "NDAA가 시행되면 현재 정부와 공급 계약을 맺고 있는 미국 기업이 거래 금지 조항에 걸려 합법적으로 계약에 나설 수 있는 기업 수가 급격히 줄어든다"고 밝혔다. 또 "연방 보조금을 받아 외딴 지역에서 사업하는 회사는 화웨이 장비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NDAA가 시행되면 지역별로 고르지 못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미국 내에서는 '화웨이 보이콧'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압박 용도로 효과적일 수 있더라도 정작 변두리 지역 통신 서비스가 마비되는 부메랑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연방통신위원회(FCC) 자료에 따르면 콜로라도주나 와이오밍주, 유타주, 아이다호주 일대 이동통신사업자가 업체별로 쓰는 장비 중 75~80%가량은 화웨이 제품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22일 연방 상원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화웨이 장비 교체에 드는 비용에 대해 7억달러 규모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이 돈은 막상 지방 이동통신사업자가 들여야 하는 장비 교체 비용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중국에서는 조만간 희토류 수출 규제 카드를 미국에 들이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4일께 중국 당국이 이례적으로 희토류 관련 업계를 세 차례나 불러 기업 의견을 모았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중국 거시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가 희토류 산업 발전 방안을 논의한다며 전문가와 업계 기업인들을 불렀는데, 실제로는 희토류를 미국에 대한 보복 카드로 활용할 때 예상되는 파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중국이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보복하기 위해 '희토류'를 무기로 삼을 것이라는 예상은 꾸준히 나왔지만, 이처럼 당국이 가시적 준비 작업에 나서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희토류 수출 규제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불거진 것이다. 발개위는 "희토류의 특별한 가치를 전략적 자원으로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효과적인 조치를 발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실제 규제 발표는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전후해 나올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협상한 후 추가 관세 부과 문제를 결정할 것이라는 발언을 해온 만큼 두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된다면 이에 따라 양국 조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편 미·중 실랑이가 한창인 가운데 중동 지역 미국 최대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 통신장비 기업인 화웨이 제품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G20 무역·디지털 경제장관 회의 참석차 일본 쓰쿠바를 찾은 압둘라 빈 아메르 알스와하 사우디 통신정보기술장관은 10일 교도통신과 인터뷰하면서 "화웨이 장비에 대한 조사를 정밀하게 진행 중이고, 화웨이가 사우디 정부 규제와 안전 기준을 충족하면 기꺼이 거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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