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부터), 고영한, 박병대 전 대법관이 지난달 29일 공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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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휴정기에도 공판을 진행해야 한다"(단성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부장검사)
"여름에 휴정기를 갖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의 오래된 관습법이다. 재판부도 쉬고 증인도 쉬어야 한다"(박병대 전 대법관 측 변호인)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측이 하계 휴정기 때도 공판을 진행할 지 여부를 놓고 검찰과 충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박남천)는 14일 오전부터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를 받는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5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지난 12일 진행된 4차 공판에서 제시된 검찰 측 의견 진술에 대한 변호인들의 의견 진술이 진행됐다.
이어 증인 신문 일정을 논의하던 중 재판부가 "아실 지 모르겠지만 하계 휴정기라는 게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채택된 증인만 40명이 넘어 휴정기에 재판을 한다 하더라도 끝나지 않을 것 같다"며 "이 재판에 대해서도 휴정기를 두는 것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 듣고 싶다"고 검찰과 변호인 측 의견을 물었다.
지난 2006년 법원에 도입된 법원 휴정기는 통상 여름과 겨울 두 차례에 걸쳐 시행된다. 시기는 각급 법원의 재량에 따라 정해지는데, 여름 휴정기의 경우 통상 7월 말에서 8월 초 2주 간이다. 재판 업무로 인해 제대로 쉬지 못하는 사건 당사자와 판사, 검사, 변호사, 법원 직원 등이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 기간에는 형사사건 가운데 긴급하고 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판만 열린다.
검찰은 "재판이 지연된다"며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검찰 측은 "저희가 아는 전제로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휴정기에도 공판이 진행된다. 이 사건도 그런 경우가 아니냐는 게 저희 의견"이라며 "공판이 많이 늦어진다는 걸 계속 말씀드려왔고, 하계 휴정기에 진행이 어렵다면 그 전에라도 보충해 진행해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에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 측 변호인들은 휴정기에는 재판을 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은 "구속 피고인이 있는 경우 구속기간을 존중하는 것이 관행이라 감안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이 사건의 경우) 구속기간 내에 기일이 계속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 그 기간 내에 사건이 종결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원칙에 따라달라"고 했다.
박 전 대법관 측 변호인도 "재판부도 쉬고 증인도 쉬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저희도 변호사 3명으로 주 2회 재판을 하는 것이 고군분투 내지는 악전고투에 가깝다"며 "1~2주 빨리 한다고 되는 재판도 아니고 따질 것은 따져 정확하게 해야 하는 재판이어서 2주를 쉬고 하는 것이 정리하는 데에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고 전 대법관 측 변호인도 "하계 휴정기 2주는 지켜주셨으면 한다"며 "검찰이 말한 불가피한 사정은 이 사건에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고려해 증인신문 일정 등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백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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