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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르포] '자사고 재지정 취소' 상산고 등굣길…”교육감 마음대로 이럴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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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7시 30분쯤 전북 전주시 효자동 상산고 정문 앞. 교문에는 '상산고를 살려주세요'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있고, 학생들을 바래다 주기 위한 차량들이 쉴새없이 몰려들었다. 몇몇 학부모들은 차에서 내려 등교하는 자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딸이 3학년에 재학중인 이진실(49)씨는 "기준점(80점)에 조금 못미친다는 말이 나오던데, 다른 지역(기준점 70점)이었다면 자사고를 유지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교육감이 독단적으로 결정을 하는 것 같아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오전 11시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인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가 발표됐다. 상산고는 재지정 기준점(80점)에서 0.39점 모자란 79.61점을 받아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를 밟게 됐다. 하지만 학교 주변에선 이미 평가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등굣길에서 만난 학생들은 이미 이런 소식을 알기라도 하듯 하나같이 표정이 어두웠다. 한 2학년 학생은 "중학교 때 어렵게 준비해서 자사고 왔는데 이렇게 마음대로 바꿔버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얼마 전부터 선생님도, 학생도 모두가 침울한 분위기"라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 정모(50)씨는 "상산고에는 타 지역에서 일부러 전주로 온 경우가 많다"며 "전북 인재 양성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다들 자부심이 있는데 교육감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상산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면 이 학교에 들어오려고 준비하던 학생들은 모두 강남 8학군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했다.

수능 시험날처럼 교문에 매달려 기도 중인 학부모도 있었다. 이 학부모는 "본인이 원해서 상산고로 진학한 우리 아이는 학교 생활도, 공부도 열심히 잘하고 있는데, (자사고 취소)이런 일로 공부에 지장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아이들도 자기들끼리 공부에 지장이 된다는 얘기를 한다더라"며 "동요하지 않게끔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걱정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상산고는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 대상인 전국 24개교 가운데 처음으로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받았다. 이를 시작으로 다음 달 초까지 이들에 대한 자사고 취소 여부가 결정된다. 올해 평가 대상은 상산고를 비롯해 강원 민족사관고, 경북 포항제철고, 울산 현대청운고, 서울 하나고 등 명문이라고 불리는 학교가 다수 포함됐다.

오전 8시쯤 종소리가 울리고 교문이 닫히자 이내 학교 주변은 썰렁해 졌다. 학부모들 차량도 순식간에 빠지고, 학생들도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한 학부모는 "자사고 폐지 되면 안되는 것 아니냐"며 기자에게 "제발 좀 도와주세요"라고 외쳤다.

[전주=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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