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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文정부 자사고 취소, 줄소송 맞는다...중3 입시생들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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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20일 상산고 학부모들이 전북도교육청 앞에 '전북교육은 죽었다'라고 적힌 리본이 달린 근조화환을 가져다 놨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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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자사고 줄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교육계 혼란도 커지고 있다. 전주 상산고는 21일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내달 초까지 각 시·도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평가 결과 발표가 이어지는데, 재지정을 받지못한 자사고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북·경기도교육청은 전날 전주 상산고와 안산 동산고가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점을 넘지 못해 일반고 전환 절차를 밟는다고 발표했다. 전북·경기도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에 교육부가 동의하면 두 학교는 일반고로 전환된다.

◇상산고·동산고는 신호탄?...자사고 줄소송 예고
전주 상산고는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박삼옥 상산고 교장은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이 내려지면 행정소송과 가처분신청을 내겠다"면서 "전북교육청의 부당한 행정 행위로 학교·학생·학부모들은 마음 고생을 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동산고도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조규철 동산고 교장은 "(지정 취소) 결과에 대해 청문 절차에서 부당성과 형평성, 공정성을 상실한 부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겠다"면서 "이의를 제기한 부분이 수용되지 않으면 재단과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법적으로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자사고는 5년마다 평가받으며 기준점수에 미달되면 일반고로 전환될 수 있다. 자사고에 대한 평가 권한은 교육감이 갖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법적 절차에 따라 자사고 지정이 취소됐어도 행정청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해서 행사했을 경우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면서 "다만 과거에는 자사고와 관련된 소송이 많지 않았다"고 했다. 이충윤 대한변협 대변인은 "전북교육청은 다른 지역(70점)보다 10점 높은 80점을 재지정 기준으로 삼았는데, 지정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거나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판단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자사고의 소송전은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자사고는 ‘이중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소송에 휘말렸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고교 다양화’ 정책을 추진하며 자사고를 도입했고, 자사고에 지원한 학생들도 일반고에 중복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정책이 바뀌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고교 서열화를 심화시킨다"면서 ‘자사고 폐지’ 공약을 내세웠고, 지난해 학생들이 자사고와 일반고에 중복 지원하지 못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학생들은 미달된 일반고에 임의 배정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홍성대 상산학원(상산고) 이사장과 최명재 민족사관학원(민족사관학교) 이사장과 자사고 지망 중학생·학부모 등 9명은 지난해 2월 "현 정부가 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과 학생·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지난 4월 자사고 지원자들의 일반고 이중지원을 제한한 것은 위헌이라며 전원 일치 의견으로 결정했다. 헌재는 "자사고 지원했다가 불합격한 평준화지역 학생들은 일반고에 지원할 기회가 없고, 지역 교육감의 재량에 따라 배정 여부가 달라진다"며 "자사고에 지원했다는 이유로 이러한 불이익을 주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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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 오후 서울 동작구 여성플라자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전교조 30주년 기념식에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왼쪽부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장석웅 전남도교육감이 참석하고 있다./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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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사고 소송에도 교육감은 ‘강행’… 고입준비 ‘중3’만 혼란 가중
올해 평가를 받는 자사고는 모두 24개교로, 내달 초까지 21곳에 대한 재지정 평가 결과가 연이어 발표된다. 전북·전남·경기도교육청이 전날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 상산고(전북)와 안산동산고(경기)는 취소, 광양제철고(전남)는 재지정됐다.

단연 가장 큰 관심은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다. 서울교육청은 내달 초 결과를 발표한다. 올해 평가 대상인 서울 소재 자사고는 경희고·동성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중동고·중앙고·한가람고·하나고·한대부고·이대부고·이화여고 등 13곳이나 된다. 나머지 시·도교육청은 포스코고(인천)·민족사관고(강원)·북일고(충남)·계성고(대구)·해운대고(부산)·현대청운고(울산)·김천고(경북)·포항제철고(경북)에 대한 평가 결과가 나온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자사고 폐지론자’임을 감안하면, 지정 취소 결정을 내릴 자사고가 속출할 수도 있다. 조 교육감은 재임 공약으로 2022년까지 자사고·외고 5곳을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소재 한 자사고 교장은 "서울교육청이 재지정 평가 결과 발표를 앞둔 지난 15일 자사고 운영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감사결과를 공개한 뒤 자사고마다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며 "감사결과를 토대로 추산하면 하나고가 12점 감점을 받아 지정 취소될 가능성이 높고, 나머지 자사고는 5점 안팎을 감점받아 안정권에 들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올해 자사고들이 대거 지정 취소 절차를 밟게 되면, 당장 내년도 자사고 입학을 준비하던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큰 혼란을 겪게 된다. 상산고의 경우 학교측은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취소 결정에도 내달 20일 입학설명회 등 자사고 신분으로 내년도 신입생 모집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김승환 교육감은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자사고 재지정 권한과 관련해 문제 삼으면 교육부와 전면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사고 지정 취소에 반발해도 강행할 것이라는 취지다.

임성호 종로하늘교육 대표는 "지금까지 준비를 해온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최종 확정까지의 기간을 빠르게 단축시켜줘야 할 것"이라며 "일반고로 전환되는 절차적 과정에서 복잡성 등으로 장기화될 경우 학생들의 학교선택에 혼란이 커질 수 있고, 기존 자사고가 있던 지역에서 없어질 경우 학부모들은 명문 일반고가 있는 지역으로 이사 등의 고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교육부는 상산고, 안산동산고 외에 다른 자사고에 대해 지정 취소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내년도 고입 시행계획이 확정되는 9월6일 이전에는 모두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김성근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은 20일 기자들과 만나 "학교현장에서 혼란이 없도록 신속하게 동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부당한 결론에 도달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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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 앞에서 자사고 재지정 방침에 반대하는 서울 22개 자사고 학부모들이 서울시교육청으로 행진하고 있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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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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