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 졸업후 주경야독…대학교수·교육감 `입지전적`
학창시절부터 `독종`불려…2010년부터 자사고 폐지론
상산고 평가땐 법령에 없는 사회통합전형 적용 `논란`
여당서도 비판 기류…교육부 `부동의` 가능성 열어둬
김승환 전북교육감(사진=뉴시스) |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명문고인 전주 상산고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위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과정에서 법령에도 없는 사회통합전형 의무조항을 적용하는 등 평가의 적절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를 결정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오래 전부터 자사고 폐지론을 외쳤던 인물인데다 지역 교육계에서도 독불장군으로 불릴 만큼 진보 교육감 중에서도 강경론자라 일각에서는 사실상 상산고를 자사고에서 탈락시키기 위해 이같은 평가를 내린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창시절 별명 `독종`…상고졸업→야간대→교수→3선 교육감
1953년 전남 장흥 출생인 김 교육감은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잘해 장학금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광주 동성중과 광주상고로 진학했다. 학창시절 무엇이든 일단 시작하면 끝을 본다고 해서 `독종`이란 별명도 얻었다.
실제 이리중앙국민학교 재학 중엔전국 주산암산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전국 상업계고교가 탐내는 인재로 성장했다. 실제로 동성중·광주상고 재학 6년 동안 그는 수업료·하숙비·생활비 걱정 없이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상고 졸업 뒤에는 은행원으로 일하며 당시 야간과정이 있었던 건국대 행정학과에 입학했다. 이어 고려대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박사학위를 받고 1987년부터 전북대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대학교수 시절에는 문규현 신부와 함께 전북평화와인권연대 공동대표를 맡아 사회운동에 참여했다. 2006년에는 대통령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설치추진단장을 맡아 전북대의 로스쿨 유치에 기여했다.
지난 2010년 6월에는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 전북시민단체 단일 후보로 추대됐지만 득표율 28.99%로 오근량 후보에 0.28%포인트 차로 신승했다. 재선부터는 순탄했다. 2014년 55%의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한 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도 당선돼 3선 교육감이 됐다.
◇2010년부터 자사고 폐지론 노골화…2곳 지정취소후 패소 경험
김 교육감의 자사고 폐지론은 2010년 취임 직후부터 드러났다. 전북도교육청은 2010년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를 자사고로 재지정했다. 하지만 김 교육감이 취임한 뒤인 같은 해 8월 이런 결정을 돌연 번복, 자사고 지정을 취소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는 전북교육청의 이런 결정에 반대했고 결국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대법원은 2011년 전북교육청이 교과부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취소소송을 각하하면서 교과부 손을 들어줬다.
상산고를 재지정 대상에서 탈락시킨 이번 평가에 대해서도 형평성·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자사고 재지정평가를 주관하는 11개 시도교육청에 보낸 표준안에서 재지정 기준점수를 70점으로 제시했다.
대부분의 교육청은 이를 받아들였지만 전북만 유독 80점을 재지정 기준점으로 확정했다. 1주기(2014~2015년) 재지정 합격점수 60점을 20점이나 높인 것으로 상산고 반발을 샀다. 상산고가 받은 점수는 79.61점으로 기준점에 불과 0.39점이 미달했다. 박삼옥 상산고 교장은 “다른 시도의 경우 70점만 받아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는데 상산고는 79.61점을 받았는데도 그 지위를 박탈하겠다는 것”이라며 “그 부당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근거법령도 없는 `사회통합전형 의무조항 ` 상산고에 적용
상산고에 사회통합전형 선발을 강요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크다. 상산고는 해당 지표에서 4점 만점에 1.6점을 받았다. 기초생활수급권자·차상위계층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충분히 뽑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전북도교육청은 사회통합전형으로 입학정원의 10% 이상을 충원할 경우 4점 만점을 부여하겠다고 했지만 상산고의 충원율은 3%에 그쳤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자립형사립고에서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한 자사고에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의무 조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립형사립고에서 자사고로 전환한 상산고·현대청운고·민족사관고·광양제철고·포항제철고 등 5개교에는 사회통합전형 선발 의무를 적용하지 않도록 한 것. 이 때문에 평가기준 자체가 법령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상산고에는 사회통합전형 의무선발이 적용되지 않음에도 갑자기 10% 선발기준을 적용한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서도 비판 기류…교육부 “절차 부당할땐 부동의할 수도”
여당에서도 상산고 평가결과에 부정적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전북 출신이자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상산고 평가결과 발표 뒤 페이스북에 “교육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70점이었는데 전북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유일하게 80점을 재지정 기준으로 제시했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상산고는 수십 년간 미래 인재의 산실로 자리매김해왔는데 인재 육성의 길이 막힌다는 것에 우려가 크다”고 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평가의 형평성·공정성 시비를 이유로 상산고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상산고 평가결과에 대한 논란이 형평성·공정성 시비로 확대되고 있어 교육부가 부동의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봤다.
교육부는 학교현장 혼란을 감안, 7월 말까지는 상산고의 자사고 취소에 대한 동의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사고 평가권한은 교육감에게 있기에 재지정 절차가 공정했다면 동의하겠지만 부당함이 있다면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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