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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두살 딸은 아빠 목 끌어안았다, 세계 울린 '슬픈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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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가족 강 건너다 참사

“트럼프 반이민정책 다시 논란”

중앙일보

멕시코 접경에서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 미국으로 밀입국 하려다 급류에 휘말린 뒤 24일(현지시간) 숨진 채 발견된 오스카르 라미레스와 23개월 된 딸 발레리아. 아빠는 딸을 물 속에서 놓칠까 자신의 티셔츠 안에 품었고, 딸은 마지막 순간까지 아빠의 목을 끌어 안고 있다. 2015년 터키 해변으로 떠밀려 온 난민 아기 쿠르디를 떠올리는 또 하나의 비극이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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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AFP 등 외신을 통해 26일 전송된 사진 한 장. 멕시코 일간 라호르나다의 사진 기자 훌리아 레두크가 찍은 이 사진엔 아기가 아버지의 목을 감싼 채 강가에 머리를 묻고 엎드린 채 숨져 있는 모습이 담겼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을 그대로 드러내는 이 사진에 전 세계인이 충격에 빠졌다.

라호르나다에 따르면 이들은 엘살바도르 출신의 오스카르 라미레스(25)와 23개월 된 딸 발레리아다. 지난 4월 3일(이하 현지시간) 엘살바도르를 떠난 라미레스와 아내(21), 발레리아는 멕시코 남부 국경 타파출라의 이민자 보호소에서 2개월 머문 뒤 23일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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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레스 부부와 발레리아가 함께 한 사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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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은 이들이 이날 미국 망명신청을 하려 했으나 수 주가 걸린다는 말에 도강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먼저 딸을 데리고 멕시코 마타모로스에서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 미국 쪽 강둑에 닿는 데 성공한 라미레스는 두고 온 아내를 데려 오기 위해 강물로 다시 들어갔다. 그 때 혼자 남겨진 발레리아가 겁을 먹고 아빠를 따라 강으로 뛰어 들었다. 라미레스는 발레리아를 간신히 붙잡은 뒤 자신의 티셔츠 안으로 품어 넣었다. 안전벨트였던 셈이다. 그러다 급류에 휘말렸고 다음날 오전 사고 지점에서 1㎞ 떨어진 곳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딸은 아빠의 목에 팔을 걸고 매달려 있었다.

CNN과 AP 등은 이 사진이 2015년 9월 2일 가족과 함께 유럽으로 건너가려다 익사한 채 터키 해변으로 떠밀려 온 세 살 남자아이 아일란 쿠르디를 떠올리게 한다고 보도했다. 검은 머리에 밝은 빨간색 티셔츠와 군청색 반바지를 입은 쿠르디는 얼굴을 모래에 묻은 채 발견됐다. 당시 사진은 SNS를 통해 확산됐고, 이를 계기로 유럽 일부 국가에선 난민 수용을 확대하던 정책으로 전환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우리는 슬퍼하고 있다. 제발 위험을 감수하지 말라”고 국민에게 호소하며, 라미레스 부녀를 본국으로 데려올 것이라고 밝혔다.

라미레스 부녀 사건은 엘살바도르·과테말라·온두라스 등 중미 국가에서 빈곤·폭력 등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하려는 이들의 행렬이 지속되면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비극의 하나다.

지난 23일에도 리오그란데 강 인근에서 20대 여성과 아이 셋이 숨진 채 발견됐다. CNN 등은 난민들의 위험을 무릅 쓴 월경시도로 사망자가 더 늘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반 이민 정책이 다시 논란에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을 바꿀 가능성은 적다는 전망이다.

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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