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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혼돈의 홍콩…캐리 람 "송환법 2020년 7월 자연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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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주권 반환 22주년 기념 당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철회와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졌다. 시위대 일부가 1일(이하 현지시간) 헬멧과 마스크, 고글을 쓴 채 입법회 건물을 6시간 가량 무력 점거하면서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튿날 사태 종료 직후 긴급 새벽 기자회견을 열었다.



캐리 람 긴급 기자회견…"법안 자연 폐기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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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오른쪽)이 2일 새벽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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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새벽 4시 경찰 수장과 함께 기자들 앞에 나온 캐리 람 장관은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앞서 평화롭게 진행됐던 이전 시위를 언급하면서 이번 폭력 시위는 “완전히 다른 장면”이라고 비난했다. 시위대의 행동에 “매우 화가 났다”면서 “불법 행위 척결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사태를 수습해가겠다는 의지도 거듭 강조했다. “이번 사태를 돌아보고 젊은 계층을 비롯한 모든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여러가지 합당한 이유로 그동안 모든 (시민) 요구에 응답하지 못했다”고 한계를 시인하면서다.

일부 현지 언론은 그동안 평화적으로 행진했던 시위대의 폭력 사용 이유가 전날 발생한 여대생 투신 때문이라는 관측을 제기했다. 홍콩 여대생 뤄샤오옌(21)은 지난달 30일 ‘송환법이 철회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자’는 유서를 남기고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람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송환법 즉시 폐기 추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법안 자연사를 예고해 사실상 송환법 추진이 무산됐음을 시사했다. 그는 “현 의회 임기가 끝나는 2020년 7월이 되면 해당 법안(송환법)은 소멸되거나 자연사 수순을 밟을 것”이라면서 “이것은 우리가 경청해 온 (송환법 폐기) 요구에 대한 매우 긍정적인 응답”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기념식 실내진행…자진 사퇴 언급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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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 행정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인 22주년 주권 반환 기념식에서 축배를 들고 있다.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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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홍콩 정부는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제22주년 홍콩 주권 반환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정치인, 경제계 인사, 중국 정부 대표단 등 수백명이 참석해 예년보다 작은 규모로 행사가 진행됐다.

지금까지 홍콩 주권 반환 기념식은 일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야외에서 대규모로 치러졌다. 정부는 새벽에 내린 비 때문에 장소를 실내로 변경했다고 공식 설명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은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행사 무산을 예고하면서 정부가 삼엄한 경비 속에 실내행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기념사에서 송환법 반대 움직임과 관련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최근 사건으로 대중과 정부가 갈등을 빚었다”며 “정부가 공동체의 의견과 감정에 좀 더 가까워져야 한다는 교훈을 배웠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기자회견 후 처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다만 시위대의 자진 사퇴 요구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SCMP는 람 장관이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를 피해 배를 타고 항구와 가까운 행사장으로 입장했다고 전했다.



수십만 명 거리로…일부 폭력 사태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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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옷을 입고 헬멧, 고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강경 시위대가 입법회 건물 입구에 모여있다.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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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민들은 또다시 검은 옷을 입고 오후부터 거리로 나왔다. 밤늦게까지 빅토리아 공원에서부터 센트럴 지역까지 행진하면서 송환법 완전 철폐와 캐리 람 행정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경찰 내 강경 시위 진압 책임자를 처벌하고 직접 민주주의를 확대하라는 구호도 외쳤다. 집회 주최 측은 이날 참석한 시위대 인원이 55만명이라고 추산했다. 경찰 집계는 19만명이다.

이날 시위는 오전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캐리 람 장관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는 홍콩 시민들의 움직임이었다. 교사인 코마스 람은 SCMP에 “캐리 람 장관은 언제나 기꺼이 듣겠다고 얘기하지만 진정한 질문에 실제 답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더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송환법을 완전히 철회하지도, 자진 사퇴를 결정하지도 않는 그를 두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1000명 규모의 일부 강경 시위대는 이른 아침부터 입법회 건물 인근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과 충돌하며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노란 헬멧과 마스크, 고글로 무장한 시위대는 법안 통과 장소인 입법회 건물을 점거 대상으로 정했다. 우산 뒤로 몸을 숨기며 경찰과 대치하던 이들은 경찰이 내부에서 문을 걸어 잠그자 쇠파이프를 동원해 건물 유리벽을 부쉈다. 무거운 나무막대기가 실린 철제 카트를 이용해 입구를 들이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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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대치 중인 시위대가 철제 카트를 이용해 입법회 건물 유리벽을 부수고 있다.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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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회 건물 유리벽을 완전히 부수고 시위대가 내부로 진입했다.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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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시위대가 “당장 멈추지 않으면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경찰의 경고에도 아랑곳않고 입법회 문을 부쉈다고 보도했다. BBC는 시위대가 뿌린 정체불명의 액체로 경찰관 13명이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홍콩 소방당국은 시위대가 페닐렌디아민이라는 독성물질을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시위 참여자도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경찰 ‘적색경보’…의회 6시간 점거 후 해산

시위대와 대치하던 경찰은 최루탄과 방패로 진압을 시도하다가 오후 6시쯤 입법회 건물에서 철수했다. 환호성을 지르며 회의장에 들어간 시위대는 내부 시설물을 파괴하고 벽면에 캐리람 행정장관을 비롯한 친중파 비난 문구를 페인트로 써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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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를 점거한 시위대가 검은 스프레이로 내부를 훼손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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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를 점거한 시위대가 검은 스프레이로 벽면에 글씨를 쓴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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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당 중앙에 걸린 홍콩 특별행정구 상징물에 검은 스프레이를 뿌리고 연단에 영국 식민지 시절 홍콩 국기를 내걸기도 했다. 의사당에 걸려 있던 정부 관계자들의 초상화는 바닥에 내동댕이쳐 훼손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홍콩 정부는 입법회 건물에 사상 최초로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SCMP는 적색경보를 무시하고 건물 진입을 시도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전했다. 정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공공질서와 안전을 위해 적절한 강제력을 집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위대의 회의장 점거는 자정까지 계속됐다. 경찰이 강제진압을 예고하고 민주파 입법위원들이 설득에 나선 끝에 이튿날 새벽 12시 15분쯤 시위대가 하나둘씩 입법회 건물을 빠져나가면서 상황이 종료됐다. 앤드루 렁 입법회 의장은 “시위대가 극단적 폭력을 쓰고 입법회에 몰려들어 청사가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된 것이 매우 슬프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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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가 앤드루 렁 입법회 의장의 초상을 바닥해 던져 훼손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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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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