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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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는 지난 3일 오후 8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에 관한 심의를 이어갔다. 이날 회의는 지난 26일 이후 전원회의에 나오지 않았던 사용자 위원 7명이 복귀해 관심을 모았다.
사용자 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4.2% 삭감·시급 8000원’으로 최초 제시했다. 최저임금의 삭감안 제시는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5.8% 삭감안이 나온 이후 처음이다.
삭감안 제시와 관련해 사용자 위원들은 "우리나라는 2001년 이후 높은 인상 비율의 최저임금이 누적돼 왔다"며 "특히 2년간 인상속도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상위권"이라고 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기업 실적이 부진하고, 특히 중소·영세기업, 소상공인의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매우 큰 부담"이라고 했다.
이어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이미 기업의 지불 능력을 초과했고, 경제 상황, 취약 업종 일자리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유급 주휴시간까지 고려한다면 4.2% 감액해 최저임금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도 주장했다.
이날 4.2%로 삭감액 비율에 대한 정확한 산출 근거는 나오지 않았다. 최저임금위 한 관계자는 "경영계가 진짜로 4.2%를 깎자는 건 아닐 것"이라며 "노동계 1만원 요구에 대응한 상징적인 의미로 봐야할 것"이라고 했다.
1987년 최저임금위원회 설립 이후, 이듬 해부터 이뤄진 최저임금 심의 및 의결에서 전년 대비 최저임금이 삭감된 사례는 단 한차례도 없다. 2009년 5.8% 삭감안이 최초 제시됐을 때도 최종 의결은 6.1% 인상으로 결론났다.
사용자 위원들의 삭감액 제시와 관련해 근로자 위원들은 "경영계의 최저임금 삭감안은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때도 없었던 것으로 노동계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간신히 유지해 온 우리 사회의 후진적 노동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와 발전을 퇴보시키자는 내용"이라며 "인면수심(人面獸心) 그 자체"라고 했다. 한국노총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 삭감은 소비 감소와 경기 침체를 불러와 소상공인 본인들은 물론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을 준다"며 "경제를 망칠 생각이 아니라면 최저임금 삭감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근로자 위원들은 사용자 위원이 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지난 2일 전원회의에서 ‘19.8% 인상·시급 1만원’안을 냈다. ‘최저임금 1만원’ 요구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대선 후보 시절 당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실현’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근로자 위원들은 "2017년 대선 당시 모든 대선 후보가 최저임금 1만원을 제시했을 정도로 이미 사회적 합의는 끝난 상태"라며 "이 공약을 (최저임금위가) 후퇴시킨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고, 최저임금 1만원이 우리 경제 수준에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용자 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과거에 굉장히 과속을 했기 때문에 브레이크가 잘 들어갈 수 있도록 최저임금 수준을 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입장문을 통해 "최저임금을 주고 싶어도 못 주는 소상공인들이 전체의 30%를 넘었다"며 "3분의 1 이상이 최저임금법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동계의 주장처럼 (최저임금 1만원이) 한국경제가 감내할 수준이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맞섰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주휴수당(7일을 일한 근로자에 하루 유급휴일을 주는 것)을 의무화하는 고용노동부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올해 최저임금은 이미 1만30원으로 1만원을 넘겼다"고 했다.
이날 전원회의는 자정까지 이어졌지만 노사 양 측의 의견 차이가 워낙 커 결론을 내진 못했다. 최저임금위는 자정을 넘겨 바로 9차 전원회의로 회의 차수를 변경하고 논의를 계속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4일 새벽 2시쯤 회의를 마쳤다. 최저임금위는 오는 9일 오후 정부 세종청사에서 10차 전원회의를 열기로 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 위원장은 "이틀 간 (노사 양측의) 최초 제시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진행된 것 같다"며 "다음 회의에서는 논의가 진전할 수 있도록 수정안을 노사 양측이 꼭 내달라"고 요구했다. 또 사용자 위원들이 전원회의 복귀 조건으로 내건 업종별 차등 적용 등 최저임금제도 개선 방안은 별도 논의하는 것으로 제안했다.
최저임금위는 늦어도 오는 10일까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이 법적인 효력을 가지려면 오는 15일까지는 결정해 고용부 장관에 통보해야 한다. 이어 이의 신청과 청문 절차 등을 거쳐, 고용부 장관은 다음달 5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최종 고시하게 된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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