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는 학생 모집지역 범위에 따라 ‘전국 자사고’와 ‘광역 자사고’로 분류한다. 전국 단위로 학생 모집이 가능한 자사고는 전국 자사고, 광역시 단위에서 모집이 가능한 자사고는 광역 자사고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민족사관고나 하나고, 광양제철고, 현대청운고 등 기숙사 생활을 하는 자사고는 전국 자사고에 해당한다. 이번에 재지정 취소처분을 받은 상산고도 전국 자사고다. 광역 자사고는 휘문고, 한가람고, 중동고, 이대부고 등 소위 명문고로 분류되는 곳들이다. 유 소장은 “광역 자사고는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인터뷰는 7월 2일 <경향신문> 본사 회의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자사고 논란 관련 입시전문가 유성룡 1318연구소 소장 인터뷰.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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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전국 자사고’와 ‘광역 자사고’를 분리해 폐지 여부를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전국 자사고(전사고)는 애초에 졸속으로 만들어진 자율형 사립고가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 이전부터 ‘자립형 사립고’로 운영하며 다양성 교육을 해왔던 곳이다. 또 기업이 됐든 재단이 됐든 전국 자사고는 든든한 후원자가 존재한다. 자체적으로 양질의 교육을 시킬 능력이 있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좋은 교사를 확보할 자금력도 된다. 그런데 광역 자사고는 몇몇 곳을 제외하면 이명박 정부 시절에 별다른 준비 없이 일괄적으로 전환한 학교들이다. 사학의 설립 철학을 바탕으로 자사고로 전환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라고 하니 이에 발맞춰 전환부터 한 곳도 있다. 그러다보니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자사고로 전환하려는 학교의 철학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보니 ‘좋은 자사고=입시 실적’으로 전락한 것이다.
광역 자사고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의 교육권 박탈이다. 집 앞에 가장 가까운 고등학교가 있어도 자사고라는 이유로 학생들이 갈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 은평구에 있는 대성고를 예로 들어보자(대성고는 호서학원이 재정문제 등을 이유로 일반고 전환을 신청, 현재는 일반고다). 대성고가 위치한 갈현동 일대는 주택가다. 그런데 대성고가 자사고가 되면서 학교 바로 앞에 사는 학생들이 대성고를 못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왜냐. 등록금이 비싸니까. 일반고에서 분기별로 내는 등록금 50만원도 힘들어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그런데 대성고는 분기별 등록금이 일반고의 3배다. 1년에 600만원이 넘는다. 아무리 대성고 가까이에 살아도 돈이 없으면 대성고를 못간다는 얘기다. 결국 학생의 학교 선택권, 통학권은 보장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전교조가 지난 6월 서울지역 고교 교사 1400여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자사고 일괄 폐지 의견이 72%로 나왔다.
“결과는 교사가 어디에 서 있느냐(진보 또는 보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진보니 보수니 이런 것을 떠나서 나는 이명박 정부에서 자사고를 만들 때부터 반대를 해왔다. 학교의 파행을 불러올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교육이 입시 위주로 갈 수밖에 없어진다.”
-왜 입시 위주 교육으로 전락하나.
“애초에 수월성 교육, 다양성 교육이라는 말이 명분만 좋은 허울이기 때문이다. 자사고는 평균 학생보다 그래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진학한다. 그러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게 내신에 불리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학생부 교과 전형에서는 일반고가 유리하지만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는 그렇지 않다. 실제 입시에서 그런 결과가 나온다. 일단 자사고·특목고와 일반고 학생이 작성해 온 학생부 종합을 보면 내용에서 큰 차이가 보인다. 읽었다고 적어 내는 책의 종류도 다르다. 일반고에서는 소논문 활동을 절대 못한다. 그런데 자사고, 특목고 아이들은 소논문을 써낸다. 심지어 책을 원서로 본다. 자사고는 6등급이라도 건국대에 갈 수 있다.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가면 된다. 그런데 일반고 6등급은 어떤가. 무기력하고, 자신의 의견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사고, 특목고 학생은 설령 내신 등급이 8~9등급이라도 자기가 지원서에 쓸 말이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입시에서 자사고 출신이라는 것 자체로 이미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자사고 자체가 대학입시의 브랜드가 된다. 하나고는 재수생 비율이 굉장히 낮다. 20%대다. 왜 그런 줄 아나. 입시에 최적화된 커리큘럼으로 학교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많이 보낸다. 내신 위주로 갈 학생,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갈 학생 등을 분산해서 SKY(서울·고려·연세대)와 의대를 보낸다. 한마디로 학종에 최적화된 곳이란 말이다. 반면 정시에 특화된 자사고가 상산고다. 지금 내가 말한 것에 학교의 철학이 존재하나. 정말 철저히 ‘SKY·의대’ 입시 성공만으로 학교를 평가하는 시스템이라는 말이다. 현재의 자사고는.”
-일방적으로 자사고를 폐지하면 고교교육이 정상화되느냐는 비판도 있다.
“입시상담을 위해 아이들을 만날 때 가장 서글픈 게 일반고 4등급 이하의 학생들이다. 이 학생들은 학교에서 관심을 갖지 않는다. 4등급은 자소서도 봐주지 않는다. ‘네가 알아서 해’라고 한다. 입시계 기준으로 ‘인 서울(서울시내 대학 진학)’이 가능한 등급은 일반고 기준 2.5등급까지다. 서울에 41개의 4년제 대학이 있는데 인 서울은 16개 대학만 쳐준다. 그러니 서울에 있는 대학은 갈 수 없는 4등급 학생들은 교사가 관심을 갖지 않는다. 입시실적에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교사가 학생을 포기하면 학생 역시 수업을 포기하게 된다. 일반고 교실은 전부 잠자는 곳이라고 말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선생님의 눈에 들어서 학생부를 잘 남겨야 하는 아이들은 열심히 한다. 자사고만 ‘좋은 대학’에 대한 욕망이 있는 게 아니다. 일반고도 동일한 욕망을 갖고 운영된다. 교육이 아닌 실적을 쌓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을 교육감들이 해야 하는데 안 한다.”
-왜 안 할까.
“티가 안 나기 때문이다. 교육감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각을 세워 논란이 될 만한 것들을 공약으로 내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자사고 관련 공약이다. 공약에 일반고 정상화 이야기는 없다. 왜? 해봤자 눈에 안 띄기 때문이다. 교육을 경제적 논리, 정치적 논리로 보는 사람들이 바로 교사이고, 교육감들이다. 그들이 바뀌지 않는 한 이 같은 논란은 끊임없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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