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주장 단체 "교육감 결단해야"
자사고들 "한 곳만 탈락해도 대응"
"부산 유일 자사고 폐지 결사반대!"(부산 해운대고 학부모들)
8일 자사고 지정 취소 위기에 놓인 전주 상산고, 경기 안산동산고, 부산 해운대고 등 세 학교의 청문(聽聞) 절차가 열렸다. 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에 대해 학교 측의 의견을 듣는 법적 절차다. 상산고 등 3개 자사고는 이날 청문 절차를 공개리에 진행하자고 요청했지만, 전북 등 관할 교육청들은 이를 거부하고 비공개로 진행했다. 학부모들은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라고 하더니 왜 숨기고 비공개로 하느냐"고 비난했다.
모든 교실에 불 켜진 상산고 - 8일 밤 전주 상산고 교실에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위). 상산고는 자사고 지정 취소 위기에 처했지만, 학생들은 기말고사를 앞두고 늦도록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다(아래). /김영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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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에는 서울 지역 13개 자사고의 재지정 평가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라 자사고 문제가 더 크게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전교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50여개 시민단체는 8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는 '교육과정의 다양성'을 취지로 출발했지만 현실은 '입시 명문고' '차별 교육' '특권 교육'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사고 문제는 사실상 (수가 가장 많은) 서울의 문제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전북·경기·부산의 용기와 결단을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반면 서울 지역 자사고 측은 "한 곳만 탈락해도 공동 대응하겠다"며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상산고 5시간30분 날 선 공방
오후 2시 전북교육청에서 시작한 상산고 청문은 예정 시간을 1시간30분이나 넘겨 오후 7시 30분에 끝났다. 전북교육청은 장소가 비좁고, 질서 유지가 어렵다는 이유로 비공개를 결정했다. 상산고 측은 교장, 교감, 행정실장, 자문 변호사 등 6명이, 교육청 측은 담당 과장 등 5명이 참석해 5시간 넘게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상산고 측은 "고함이 오가진 않았지만, 끝장 토론하듯이 주장을 펼쳤다"고 말했다.
박삼옥 상산고 교장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은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상산고는 '수학의 정석' 저자인 홍성대 이사장이 사재를 털어 설립한 학교로 교육청 평가에서 자사고 재지정 기준 점수(80점)에 0.39점 모자라 지정 취소 위기에 놓이자 전국적으로 논란이 됐다. 상산고 측은 이날 청문 절차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이 교육부에 자사고 취소 신청을 하고, 교육부가 동의한다면 행정소송으로 맞서겠다고 했다.
이날 교육청에서 차로 불과 5분 거리인 상산고는 저녁 8시가 넘어서도 교실의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한 1학년 학생은 "우리 학교가 교육청 평가에서 자사고 지정 취소 점수가 나온 건 알고 있지만, 우리 학교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현재 (정부의)교육 정책의 방향이 그렇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학교 일은 학교에 맡기고 학업에 신경 쓰라는 교장 선생님 말씀대로 공부에 열중하려고 한다"고 했다.
◇해운대고 청문은 파행
이날 부산 해운대고의 청문은 학교 측이 불참하면서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부산교육청은 해운대고의 평가 총점(70점 만점에 54.5점)만 공개했을 뿐 평가 지표별 점수는 공개하지 않았는데, 해운대고 측이 공개를 요구하면서 청문 일정 연기를 요청했다. 교육청은 그러나 이를 거부하고 청문을 강행했다. 해운대고 측은 "행정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안산동산고의 청문은 학부모 25명만 제한적으로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동산고는 기준 점수 70점에 8점 모자라는 62.06점을 받아 지정 취소 위기에 놓인 상태다. 이날 청문에 참석하지 못한 일부 학부모와 졸업생이 교육청 측에 항의하기도 했다.
[전주=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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