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람 행정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송환법 개정을 재개할 거라고 의심하는 시선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그럴 계획은 없다. 송환법은 죽었다(dead)"고 말했다. 이어 "송환법 때문에 사회적 갈등과 분쟁이 일어난 것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며 "송환법 개정 추진은 완전한 실패"라고 인정했다.
람 행정장관은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하며 송환법을 재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이 법안의 ‘완전한 철회’를 요구하며 계속해서 시위를 이어가자 민심을 달래기 위해 이번 선언을 한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시민들은 람 행정장관의 ‘송환법 사망’ 선언에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송환법이 실제로 철회될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람 행정장관은 "오늘 선언은 이전에 발표한 것과 매우 다른 것"이라고 하면서도 "우리는 법안 추진을 무기한 중단할 것이며 내년 7월에 의회가 종료되면 법안은 자동으로 소멸될 것"이라고 말해 당장 철회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동안 람 행정장관은 말로는 철회를 약속하면서도 시위대를 과잉 진압한 경찰에 대한 고위급 수사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리지 않아 시민들의 불신을 키웠다. 홍콩중문대학 강사 록만 추이는 "공식적으로 ‘죽었다’는 말은 법률이나 정치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송환법이 철회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캐리 람은 지금 ‘여론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람 행정장관은 시민들의 퇴진 요구에 대해서는 "행정장관이 사퇴 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나는 여전히 홍콩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일에 열정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콩 사회가 경제와 민생에 관한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나의 새로운 통치 방식을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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