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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 (화)

[기자24시] `리브라`와 디지털 화폐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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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국경을 넘어가면 돈부터 바꿔야 했던 시기가 있었다. '환전'이라는 제도였는데 은행들의 매출원 중 하나였다. 결제나 환불 시에는 며칠씩 걸리기도 했다. 그나마 은행계좌가 없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이용하지도 못했다. 불편함이 컸다. 그때, '리브라'가 나타났다."

지금으로부터 30년 뒤에는 경제사 교과서에 이런 글이 실릴지도 모르겠다. 지난달 페이스북이 발표한 디지털화폐 '리브라'가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워싱턴 정가는 물론 뉴욕 금융가, 베이징, 유럽 등이 긴장하고 있다. 그들은 디지털화폐가 자신들의 화폐에 가할 위험을 알고 막으려 하지만 '리브라'는 많은 이들에게 막을 수 없는 의문의 불씨를 놓아 버렸다.

바로 '우리가 지금 쓰는 화폐가 과연 편리한가'에 대한 의문이다. '리브라'는 오늘날 화폐들의 호환성, 안전성, 범용성 등에서 문제점을 겨냥하고 있다. 전 세계 24억명이 쓰는 페이스북 위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달러나 위안화에 비해 호환성이 뛰어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안전성도 높을 것이라 기대된다. 메신저로 송금·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범용성도 뛰어날 것이다(물론 제대로 개발됐음을 전제로).

두려움을 느낀 워싱턴과 뉴욕은 '리브라'를 어떻게든 막으려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건 화폐가 아니다"고 했고, 연준 의장과 재무장관이 "자금세탁에 악용될 우려" "국가안보에 관한 문제"라며 쏘아붙였다. 의회도 페이스북을 질타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비판의 화살들을 대부분 비켜 갔다. 리브라는 그저 달러·엔·위안화 등 각종 통화를 기초로 발행될 뿐이므로 각국의 통화정책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했다. 자금세탁 악용 문제는 '달러화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응수했다. 미국의 경제제재 위력은 "전 세계 24억명이 쓸 리브라를 미국이 통제할 수 있으니 오히려 더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정적으로 페이스북은 이렇게 주장한다. '중국이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이 주도하는 위안화 버전의 리브라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냐, 중국이냐. 선택을 하시라.' 달러화는 이제 리브라와 위안화 양쪽에서 공격을 받는 양상으로 변했다. 화폐전쟁은 지금 디지털 세상으로 그 전쟁터를 옮기고 있다. 한국은 어떤 지혜로운 판단을 준비하고 있는가.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rfros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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