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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政爭 볼모 된 혁신… 1년 늦으면 따라잡는데 10년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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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 (정쟁의) 볼모로 잡혀 있다."(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이미 전선(데이터 활용 인프라)을 다 깔아놨는데 전기(데이터)가 흐르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 상황이다."(한동환 KB금융지주 전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데이터경제 활성화를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간담회 현장. 정무위 소속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마련한 이 행사에서 우리나라 대표 핀테크 기업과 금융 회사 관계자들은 국회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답답하다" "밤에 잠이 안 온다" 같은 말도 여러 번 나왔다. 핀테크와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인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현재 가명(假名) 정보 개념을 도입해 기업이 고객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그러나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가 손혜원 의원 부친 관련 의혹 탓에 파행을 겪으면서 논의가 제자리걸음이다.

이날 기업인들은 정쟁 탓에 규제 합리화가 늦어지는 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는 "정쟁 때문에 혁신의 초석이 되는 법 통과가 미뤄지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서래호 미래에셋대우 상무는 "올해 상반기에는 관련 법이 당연히 통과되리라 생각하고, 잠재 파트너와 협업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면서 "지금 (법안 통과 기대로) 활시위가 팽팽히 당겨진 상황인데, 이대로 통과가 안 돼 시위가 끊길 수 있다 생각만 하더라도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이미 데이터 산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 선진국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신희부 나이스신용평가정보 부사장은 "지금이 데이터 경쟁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법 제정이 1년 늦어지면 (선진국을) 따라잡는 데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배경화 현대카드 상무는 "우리도 선진국 기업처럼 (데이터를 잘 활용한) 기술도 있고, (인공지능) 알고리즘도 다 있다"면서 "단 하나 발목을 잡는 게 데이터 (규제) 문제"라고 했다.

법안 통과가 늦어질 경우 피해는 혁신 스타트업과 핀테크 업체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대기업은 어떻게든 다른 먹거리를 찾을 수 있겠지만, 참신한 아이디어 한 가지에 '올인'한 핀테크 업체는 존립을 위협받기 때문이다. 김태훈 레이니스트(뱅크샐러드) 대표는 "현재 빅테크 기업(해외 대형 ICT 기업)이 압도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다"면서 "(규제 개혁이 늦어지면) 한국 핀테크 기업이 지금 같은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병욱 의원은 "대기업은 (개인 정보 규제에 걸리는지) 법률 자문을 해 틈새시장을 찾을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럴 여력이 없다"면서 "법률 리스크 탓에 중소 핀테크 업체가 더 고충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라 불린다"며 "지금까지 원유 확보를 둘러싼 에너지 전쟁이 국가 간 패권을 뒤흔든 것처럼, 앞으로 데이터는 국가 간 경제 패권을 좌우하는 핵심 이슈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전혀 (입법 논의의) 진전이 없어 정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기훈 기자(m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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