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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금리 높고 달러 주고… 국내외 큰손들 KP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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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큰손'들 사이에서 KP(코리안페이퍼)물이 이목을 끌고 있다. KP란 한국 기업이 외국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외화 표시 채권을 말한다. 기업들이 달러로 채권을 발행하면 원화 채권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데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환차익도 챙길 수 있다. 최소 투자 금액이 보통 20만달러(2억3500만원)에 달하는데도, 강남 일대 은행과 증권사 PB센터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투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회사채 시장에서도 KP물은 신흥 시장 내 우량 자산으로 인기가 많아, 올 들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 5.3%

국내 주식 시장이 박스권에 갇혀 활력을 잃은 탓에, 요즘 여유 자금을 가진 재테크족이 몰리는 투자처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연 5% 안팎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중위험 중수익 자산이고, 또 하나는 달러 예금·보험·채권 등 달러화 자산이다. 한국의 우량 기업과 은행들이 외화를 조달하기 위해 외국환으로 발행하는 KP물은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올해 발행된 KP물 가운데 약 67%가 미국 달러화로 발행됐으며, 연초 이후 수익률은 5%를 넘어서고 있다.

조선비즈


22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올 들어 달러 KP물의 수익률은 5.3%로 전년(1.78%) 대비 3배 가까이 뛰었다. 여기다 올해 달러화 강세가 이어진 덕분에, 환차익까지 더하면 수익률이 9.8%에 달한다. 국내 채권의 연초 이후 수익률(평균 3.2%)의 세 배가 넘는다.

예컨대 국민은행이 올해 발행한 10년 만기 달러 표시 채권은 쿠폰금리가 연 4.5%(세전)이고, 신한은행은 4.0% 수준이다. 은행 외에도 GS칼텍스(3.0%), LG화학(3.2~3.625%), 포스코(2.874%) 등의 기업도 3% 안팎 금리로 5년 만기 달러 KP물을 발행했다. 같은 한국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이라도 달러 KP물 금리가 원화 채권보다 1% 포인트 가까이 높다. 미국에서 채권을 발행하려면 미국 금리를 기준으로 이자를 제공하는데,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2.25~2.5%)가 한국(1.50%)보다 높기 때문이다. 달러로 이자를 꼬박꼬박 주는 데다, 앞으로 금리가 더 내릴 경우 채권 가격이 올라 차익도 얻을 수 있다.

◇"신흥 시장 중 한국이 안정성 높다"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도 KP물을 찾는 수요가 높다. 미국 등 주요 국가가 비둘기파(통화 완화)로 태도를 바꾸면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채권 시장이 강세(채권 가격 상승)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유로존 금리가 급락하면서 유럽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한국 경기 전망은 밝지 않지만, 채권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들이 채권을 부도낼 만큼 신용도가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는 것이다. 김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가운데서는 한국 기업들이 발행하는 채권이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우량물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수익률 상승과 함께 KP물 발행 규모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발행된 KP물은 178억달러(21조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10억달러가량 늘었다. 특히 그린본드, 소셜본드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을 발행하는 국내 기업이 많아졌다. 올해 7월까지 발행된 한국계 ESG 채권은 15건으로 80억달러(9조4000억원) 규모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기관 투자자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가운데, 최근 국내 기업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SG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은 환경 개선 및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사회문제 해결 등에만 쓸 수 있도록 목적이 제한된다.

정경화 기자(hw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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