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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공정경쟁 확립" 알쏭달쏭한 윤석열 취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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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 시장경제 중시하면서도 공정 해치면 단호한 대응 천명

    대검, 이례적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먼 언급하며 부연 설명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우리 윤 총장님은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권력형 비리를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의 희망을 받았다"며 "그런 자세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끝까지 지켜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윤 총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한 것은 대표적 '작심 인사(人事)'로 꼽힌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국정 농단 사건부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까지 전(前) 정권과 '양승태 사법부'에 대한 적폐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그간의 적폐 수사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고 앞으로도 계속하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조선일보

    “살아 있는 권력에도 엄정하게 임해달라” - 문재인(왼쪽)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윤 총장과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달라”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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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은 또 "청와대·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달라"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 검찰'의 행태를 청산하고, 민주적 통제를 받으면서 국민을 주인으로 받드는 검찰이 되기를 바란다"며 "공수처 설치, 수사권 조정 등을 통해 근본적인 개혁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고도 했다.

    이에 윤 총장은 "어떤 방식으로 (검찰이) 권한 행사를 해야 하는지 헌법 정신에 비춰서 깊이 고민하겠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윤 총장은 누구보다 검찰 우선주의 인식이 강하다. 정부가 생각하는 검찰 수사권 조정안의 세부 내용까지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이날 임명장 수여식엔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배석했다.

    이날 오후 윤 총장은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앞으로 검찰 수사에서 가장 앞세울 가치로 '공정한 경쟁 질서 확립'을 내걸었다. 그는 "형사법을 집행하면서 우선으로 중시해야 하는 가치는 공정한 경쟁 질서 확립"이라며 "공정한 경쟁이야말로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키는 정의"라고 했다. 그러면서 "권력기관의 정치·선거 개입, 불법 자금 수수, 시장 교란 반칙 행위, 우월적 지위 남용 등 정치·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옷매무새 다듬는 尹총장 부인 -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25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윤 총장의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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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검은 취임사에 대해 이례적으로 설명 자료까지 내가며 그 취지를 설명했다. 대검은 자료에서 "윤 총장은 시장경제의 성공 조건으로 '공정한 경쟁'이라는 룰을 중시하고, 룰을 위반하는 반칙 행위는 묵과할 수 없다는 투철한 신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윤 총장은 특히 시카고학파인 밀턴 프리드먼과 오스트리아학파인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사상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프리드먼과 미제스는 정부의 시장 개입을 줄여야 한다는 대표적 자유주의 경제학자다. 특히 프리드먼은 경제활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되 기업도 공정한 게임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이 평소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꼽는 것도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였다. 그가 1979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할 때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아버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에게 선물받은 책이다.

    하지만 프리드먼은 문재인 정부 '정책 라인' 참모 대부분이 따르고 있는 '케인스주의'와는 대척점에 있는 학자다. 김상조 정책실장의 경우, 대선 캠프 시절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대단히 적극적인 케인지언(케인스주의) 정책 기조여야 한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시장을 보는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 주류와 이질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윤석열"이라고 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향후 검찰 수사가 기업의 불공정 거래 사건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왔다. 윤 총장이 2년 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취임한 뒤 처음으로 택한 수사 대상도 '갑질 논란'에 휩싸였던 미스터피자였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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