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특수통·공안통·기획통 말고 형사통 출신 검사장, 본 적 있나요?"
검찰 간부 인사 때마다 형사부 검사들 사이에서 자조적으로 흘러나오던 말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후 이뤄진 검찰 간부 인사서도 '특수통'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졌지만 그럼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일부 형사부 부장검사들이 대검과 일선 지검의 주요 보직에 발탁 기용되면서 형사부가 새로운 '등용문'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후 법무부가 단행한 검찰 중간간부(고검 검사급) 인사에서 김유철 서울중앙지검 형사 7부장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권순정 서울중앙지검 형사 2부장은 대검 대변인으로, 양석조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은 대검 선임연구관에 보임됐다. 신응석 서울중앙지검 형사 3부장은 '패스트트랙'고발건을 담당할 남부지검 2차장으로 발탁됐다.
물론 일부 인사는 공안부서 출신이기도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이처럼 중앙지검 형사부장들을 중요한 자리에 기용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동학대와 성폭력, 살인사건과 같은 '민생범죄' 수사 과정에 국민 관심이 쏠리면서 형사부 출신들에 무게를 실어준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형사부는 원래 검찰 조직 대다수를 차지하는, 가장 규모가 큰 부서다.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를 주 업무로 한다. 실제로 인사 직전까지 권 전 형사2부장은 가습기 살균제 및 인보사 사태, 신 전 형사3부장은 버닝썬 사건, 김 전 형사7부장은 숙명여고 사건 등 일반 대중들의 관심이 많은 민생사건을 맡았다. 해당 사건들은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직접 수사진행 상황을 물어볼 정도로 남다른 관심을 기울였던 사안들이다.
형사부는 업무량이 많은 것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검사들 사이에선 '가장 적게 자고 가장 많이 일하는게 형사부 검사'라고 통한다. 지난달 27일 퇴임한 봉욱 대검 전 차장검사는 "국민이 관심을 기울이는 범죄가 최근에는 아동학대와 성폭력, 살인사건과 같은 형사사건으로 변하고 있다"며 "형사부 검사가 한 사건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평균 1시간 30분에 불과하다"며 업무 개선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무량에 비해 '대접은 별로'라는게 검찰 내부의 인식이다. 형사부는 공안·특수와 달리 실적을 올리거나 두각을 드러내기 어려운 부서로 통한다. 검찰 일선에서 고생하는 형사부 검사들은 10년 내내 형사부에 있거나 한직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반면 직접 수사를 하는 인지부서(강력부·공안부·특수부)는 검찰 요직으로 가는 통로로 여겨진다. 사회적 관심을 끄는 특수수사를 주로 한 검사들이 상대적으로 검사장 승진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 역시 대표적인 특수통이다.
한 부장검사급 인사는 "원래 전장에서는 전선에서 멀어질수록 승진과 보직 기회가 많은 것 아니겠냐"면서 "형사부 검사들이야말로 가장 고생하는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사기가 낮은데는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이런 점을 인지하고 있다. 매번 인사때마다 형사부 검사를 위한 개선책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개선책은 대개 형사부 생활을 해보지 않은 '기획검사(인사·행정·행사 등의 업무를 주로 담당)'들이 마련하기 때문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윤 총장이 앞으로 형사부 개선방안과 관련해 어떤 그림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윤 총장은 지난달 말, 총장 후보자 지명 이후 형사부 근무 검사 10여 명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애로사항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형사부 검사들이 돌아가며 개선점과 애로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경찰에게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의 수사지휘권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패스트트랙안으로 국회에 올라가 있다는 점에서 향후 형사부 검사 출신들의 입김이 과거보다 더 많이 반영될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호 기자 best@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