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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세계의 창] 미국은 미쳤나? / 존 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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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미국은 최근 캘리포니아, 텍사스, 오하이오주에서 일주일에 세번의 총격 사건을 목격했다. 2019년에만 지금까지 하루 1건 이상씩, 250건 이상의 대규모 총격 사건이 있었다. 올해까지 미국에서 3만3000건 이상의 총격으로 8700명 이상이 숨졌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이지만 3억2500만 인구 중에 노숙자가 50만명을 넘고 2800만명은 건강보험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쉬지 않고 거짓말을 하고 의원들에게 인종주의적 발언을 한다. 그는 의회 조사를 거부하고, 언론을 조롱했으며, 백악관을 자신과 가족, 친구들을 더 부유하게 하는 데 이용했다. 외교 문제에 대한 그의 이해도는 전무하다고 할 정도다. 거칠게 말해, 미국인들은 나라를 호전적 바보의 손에 맡기도록 투표를 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분명히 미국이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미국은 기괴한 부와 엄청난 빈곤, 뛰어난 지성과 광범위한 무지, 높은 자원봉사 비율과 고질적 폭력이 공존하는 끔찍한 극단의 나라다.

대규모 총격, 경제 불평등, 부패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시작된 게 아니다. 트럼프가 문제들을 더 악화시켰지만 이런 흐름은 오래된 것이다. 미국인들은 왜 이런 폭력과 경제적 불평등, 정치적 몰상식을 참고 있는 걸까?

많은 미국인이 이런 광기를 멈춰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2월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69%가 총기 규제를 원한다. 3월 조사에서는 10명 중 7명이 정부가 건강보험, 교육, 빈곤층 지원에 더 많은 돈을 쓰기를 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인은 썩어가는 기반시설, 고질적인 약물중독 위기, 구조적 인종주의에 익숙해져 있다. 미국인의 절반 이상은 다른 나라에 가본 적 없고, 10명 중 1명은 태어난 주를 벗어나본 적 없다. 다른 나라에 관한 뉴스들은 부정적이기 때문에 미국인은 국경 밖의 삶은 더 위험하다고 믿는다.

물론 많은 국가가 폭력, 경제적 불평등, 정치적 부패를 겪고 있지만 강력한 산업국가에서는 대부분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2019년 세계평화지수에서 미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인 128위를 기록했다. 미국 순위가 낮은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이 전쟁, 무기 판매, 군사기지를 통해 세계에 미치는 군사적 폭력 때문이지만, 높은 살인율 또한 한 이유다.

경제적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에서 미국은 세계 부자 나라들 중 끝에서 넷째다. 부패 문제에서도 미국은 2018년 국제 투명성 순위에서 6계단 떨어진 22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영향이 상당하다. 문제는 뇌물 같은 일반적인 부패가 아니다. 그보다는 트럼프가 법치의 근간에 도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에게 “늪의 썩은 물을 빼버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는 워싱턴을 더 질퍽하게 만들기만 했다.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약을 복용하고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국가가 미쳤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첫번째 과업은 트럼프를 백악관에서 제거함으로써 가장 명백한 광기 증상을 없애는 것이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현직 프리미엄과 ‘강한 미국 경제지표들’이라는 이점을 갖고 있다. ‘쿡 폴리티컬 리포트’의 분석을 보면 트럼프는 내년에 일반 투표에서 2016년에 졌던 것보다 두 배 더 많은 차이로 지고도 선거인단에서 결국 승리할 수 있다.

여기에 미국 광기의 독특한 문제가 있다. 정치 시스템이 다수의 뜻을 반영하지 않는다. 대다수 미국인이 총기 규제와 평등한 경제를 원해도, 그들의 바람은 강력한 행위자들(전미총기협회, 기업들)과 구조적인 현실(선거인단 제도, 불공평한 세제)에 가로막힌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 선출은 미국에서 잘못돼가고 있는 것들을 분명하게 환기했다. 다수가 다시 한번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2020년 선거에서 그가 패배하는 것이 문제를 인정하고 오랫동안 지연된 회복을 시작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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