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the L]당사자가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다른 판결문 상의 사실관계를 그대로 인정해 내린 판결은 ‘변론주의 원칙’을 위반해 잘못되었으므로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변론주의란 사실과 증거의 수집, 제출 책임을 당사자에게 맡기고 당사자가 제출한 자료를 재판 기초로 삼는 민사소송의 대원칙이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S해운 전 대표 A씨가 선박 건조·수리업체인 해운조선을 상대로 낸 양수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 민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주식회사 해운의 대표였던 B씨는 1999년 A씨에게 2억원의 약속어음을 빌린 뒤 지급기일이 지나도록 갚지 못했다. B씨는 이후 2011년 12월~2013년 9월엔 해운조선 이사로 있었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대여금 청구소송을 제기해 1심 법원인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승소했고, 이 판결은 2008년 3월 확정됐다.
이후 A씨는 B씨가 자기 이름이 적힌 해운조선 대표 명함을 주며 회사가 S해운 소속 선박을 수리하고 받아야 할 대금에서 충당하는 방법으로 해당 판결 채무원금을 갚기로 했다며, 수리비를 제외한 1억1579만여원을 해운조선에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A씨는 주식회사 해운과 해운조선은 실질적으로 같은 법인이라 해운조선이 해당 판결금 채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1심은 "B씨가 주식회사 해운과 해운조선 경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다는 점만으로는 해운조선이 해운의 채무를 면탈하기 위해 설립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광주지법 목포지원 판결 등 이와 관련한 다른 법원 판결문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해운조선과 해운은 동일한 회사로, A씨에 대해 B씨가 별개 법인격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건 신의성실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A씨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해당 법원들 판결문이 하급심에서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는데도 이를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미 법관이 명확히 인식하고 있어 따로 증거가 필요 없는 사실)'로 판단해 판결 근거로 삼은 원심엔 잘못이 있다며 재판을 다시 하라고 했다. 이는 변론주의 원칙을 위반해 잘못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 판결 사실인정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 합리적 이유를 설명해 이를 배척할 수 있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면서 "이같은 법리는 확정된 민사판결 이유 중 사실관계가 '현저한 사실'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원심은 회사가 과거 겪은 또다른 소송의 확정 판결문에 나온 인정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현저한 사실'이라고 봤다"면서 "하지만 판결문이 증거로 제출된 적 없고, 당사자들도 관련 주장을 한 적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송민경 (변호사) 기자 mksong@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