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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애플 밀어주려는 트럼프, 어떤 옵션 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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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대한 압박보다 애플에 대한 혜택 가능성 높아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경제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삼성을 거론하며 애플 지원 방안을 언급해 눈길을 끈다.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존재감이 급속도로 약해지는 가운데, 삼성에 대한 제재가 아닌 애플에 대한 지원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극단적인 옵션의 등장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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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연일 삼성 거론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참전용사 단체 연설을 위해 켄터키주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애플 지원 방안을 시사했다. 그는 “애플의 팀 쿡 CEO는 훌륭한 경영자며, 문제가 생기면 나에게 전화를 한다”면서 “문제는 (애플의) 경쟁자인 삼성은 (대중국 추가) 관세를 내지 않고, 쿡(애플)은 낼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중 경제전쟁과 관련이 있다. 미국과 중국은 G20을 계기로 극적인 휴전에 이르렀으나 실무회담이 빈 손으로 끝난 후 다시 전쟁을 시작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추가관세 부과 방침을 확정했다.

애플 입장에서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주력인 아이폰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제품의 관세부과 방침을 12월 15일로 유예하며 여기에 속해 한 숨 돌리게 됐으나, 에어팟과 애플워치 등은 당장 9월부터 추가 관세부과 대상이 된다. 대부분의 제조거점을 중국에 가진 상태에서 애플의 제품도 중국에서 미국으로 넘어올 때 관세폭탄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중국 제조거점을 통해 미국에 제품을 수입할 경우 약 9% 수준의 가격인상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애플의 어려운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여기에서 삼성을 거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은 위대한 미국 기업이며 삼성은 한국에 있다”면서 “삼성은 타격을 받지 않고, 애플이 타격을 입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삼성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모리스타운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팀 쿡 애플 CEO와 관세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며 “애플은 관세를 내는데 삼성은 관세를 내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미중 경제전쟁의 흐름에서 중국 제조거점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애플은 가격인상의 리스크를 피할 수 없지만, 삼성은 인도와 베트남으로 제조거점을 대거 옮긴 상태기 때문에 당연히 미중 경제전쟁 과정에서 미국으로의 수출에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인도와 베트남에서 생산되어 미국으로 수출되는 삼성의 제품은 추가 관세대상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불공정하다’고 표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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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지원 명분? 삼성 후려치기?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중심이 되어 미중 경제전쟁을 시작, 이 과정에서 자국 기업인 애플의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별안간 삼성을 거론하는 장면에 집중하고 있다. 일찌감치 ‘탈’중국에 성공한 삼성의 사례를 거론하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을 돕는다는 전제로 삼성에 대한 견제에 나설 가능성보다, 애플에 대한 지원이나 특혜를 제공하기 위해 삼성을 거론해 명분을 쌓으려고 한다는 전망에 설득력이 더해지고 있다.

월풀 사태가 반면교사다. 미국은 지난 2018년 삼성과 LG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해 제조사의 세탁기 가격 인상을 자초했다. 삼성과 LG의 미국 내 세탁기 가격이 크게 올라가는 상황에서 자국 기업인 월풀도 가격인상 행렬에 동참해 미국 소비자들의 상황은 더 나빠졌다. 설상가상으로 월풀은 삼성과 LG의 세탁기와 비교해 기능적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해 오히려 점유율이 깎이기도 했다.

미국 시카고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경제학자들이 주축이 된 연구팀은 지난 4월 “미국은 세이프 가드를 통해 자국 기업인 월풀을 도우려했으나, 오히려 모든 세탁기 가격이 올라가는 한편 월풀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애플의 ‘민원’을 받은 미국이 삼성에 대한 견제보다는 애플에 대한 특혜 명분을 쌓고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다만 애플 아이폰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크게 휘청이고 있으며, 5G를 비롯한 차세대 경쟁에서도 삼성 등에 밀리고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처방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확률은 낮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에 대한 관세장벽을 높이는 옵션을 택할 수 있다”면서 “국내 산업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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