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처음으로 유럽연합(EU)을 방문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각국의 수장들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재협상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단칼에 퇴짜를 맞았다.

전날 앙겔라 메르겔 독일 총리는 "할 수만 있다면 재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마크롱 대통령은 "재협상은 해봤자 달라질 것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2일 만나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재협상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존슨 총리는 22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두 시간에 걸쳐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앞서 존슨 총리가 폐기를 요구한 합의안 내 ‘안전장치(backstop)’에 대해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우 명확히 하고 싶다"며 "재협상이 이뤄지더라도 기존 탈퇴협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양측이 선의를 품고 있다면 앞으로 30일 이내 어떤 비상한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한 달 내에 기존과 크게 다른 새 탈퇴 협정에 합의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안전장치 조항은 EU와 영국이 물리적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아일랜드 지역이 협상 없는(노딜) 브렉시트 이후 아일랜드와 분리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북아일랜드를 추후 무역 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EU 단일 관세 시장에 남긴다는 조항이다. 존슨 총리를 비롯한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이 조항이 영국을 EU에 종속하게 만든다며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 부분의 수정이 불가능하다면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우리는 다음달에도 기존 브렉시트 협상안과 크게 다른 합의를 도출하진 않을 것"이라며 EU 단일 시장 내 아일랜드의 완전성과 안정성을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두 가지 조건이 만족되지 않는다면 이는 영국의 정치적 문제이며 협상으로 풀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 문제는 존슨 총리가 내려야할 정치적 결단이지 우리에게 달린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 같은 반응은 전날 메르켈 총리의 호의적인 반응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메르켈 총리는 전날 베를린에서 존슨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장치는 브렉시트에 대한 더 나은 타협이 나올 때 까지 두는 대비책"이라며 "앞으로 30일 안에 하나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존슨 총리는 EU가 재협상 의사를 밝혔다고 보고 "30일이라는 기한을 설정했는데 내가 이해한 것이 맞다면 메르켈 총리의 제안에 더 없이 만족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22일 자신의 발언을 정정하며 "내가 30일이라고 언급한 것은 그만큼 우리에게 시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영국에 재협상 기한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영국은 올해 초 마지막 협상에 따라 오는 10월 31일에 협상 여부와 상관없이 EU를 떠나야 한다.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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