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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인터뷰] 박철희 서울대 교수 "지소미아 종료는 실수…지금 반일·반미 교묘한 겹치기, 아주 위험한 국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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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인터뷰]
한국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외교적 입지 줄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이슈와 일본 경제보복 부당성 논란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아
정부, 미국과 갈등 국면 오더라도 감수하겠다는 것 아닌가

조선일보

박철희 서울대 교수가 8월 31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윤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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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맞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뽑아들면서 한·일 갈등이 한·미 균열로 번지는 양상이다. 정부는 일본이 안보적 문제를 이유로 들어 경제 보복 조치에 나선 만큼 우리도 안보 협력 관계의 상징인 지소미아를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다며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했다. 하지만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반발은 일본보다 미국 쪽에서 거세게 일었다. 동맹국 사이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깊은 우려와 실망'이라는 표현이 연일 쏟아져 나왔다. 급기야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지난달 28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한국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미국에선 한국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또 터져 나왔다. 정부는 "한미동맹에는 흔들림이 없다"고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미동맹이 지금처럼 흔들린 적은 없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일본학회 회장을 지낸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인터뷰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한국의 외교적 입지가 확 줄어들었다"면서 "한·일 갈등으로 발생하는 모든 부담을 우리가 끌어안게 된 전략적 실수"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인해 한·일 간 현안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면서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하면서 함께 언급한 '국익'에 정말 부합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지소미아 종료 이후 한미동맹 균열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갈등 국면이 오더라도 지소미아를 종료하겠다고 판단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미국은 아시아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세우고 동맹과 우방을 통해 방파제를 만들려고 하는데 한국은 계속 어정쩡하게 입장"이라면서 "근본적으로 (지소미아 종료 때문만이 아닌) 이 지점에서부터 한미동맹이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또 청와대 당국자가 미국과의 긴장 기류에 대해 "동맹보다는 국익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이 말에는 '동맹 때문에 국익이 손상되고 있다'는 인식이 밑바닥에 깔려있다"면서 "정부는 지금 반일과 반미를 교묘하게 겹치기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지금은 '동맹이 국익'이라는 사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어 "지금의 동북아 구조에서 한국과 일본이 싸우면 제3자가 득을 보는 것은 당연하다. 북한은 한·일 갈등으로 자신들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수 있고, 중국은 어부지리를 얻는 상황"이라며 "미국과 일본에선 '운전자론'을 말하던 문 대통령이 운전대를 돌렸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 컬럼비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정치를 전공으로 하는 그는 올초 한·일 양국이 서로를 방치하는 '전략적 방치 상태'로 가고 있다고 진단한 적이 있다. 박 교수는 지금의 한·일 관계에 대해선 "'비전략적 충돌' 상태"라면서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하고, 이를 동력삼아 일본도 경제보복 조치를 취소한다면 국면이 전환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이렇게 전개되기 위해선 정부 당국자 간 협의가 필수적인데 현재 한·일 간에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갈등 국면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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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빨간 신호등 뒤로 뿌옇게 보이고 있다. / 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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ー올초 한·일 관계에 대해 '상호 전략적 방치' 상태라고 진단했었는데 지금은 양국 관계는 어떤 상태로 보나.

"올해 초까지만 해도 '상호 전략적 방치' 상태였지만 지금은 '비전략적 충돌' 상태에 이르렀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해 더는 못참겠다는 것이고, 한국 정부도 자존심의 상처를 받은 만큼 상응 조치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정말 부딪히는 상황까지 왔다."

ー작년 말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나오고 이어 초계기 갈등으로 한·일 긴장이 예고됐지만 이처럼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예상했나.

"국내·외적으로 한·일 갈등에 대해선 두가지 시각이 있다. 하나는 우리가 덫을 놓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계속 일본의 대화 요구를 무시하면 일본이 화를 내고 보복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거다. 명분은 우리에게 있고, 또 이를 계기로 국민 감정을 결집시켜 총선 국면에서 유리하게 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일 갈등과 관련해 일본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 내년 총선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더불어민주당 내부 보고서가 이를 방증한다. 한국 정부의 속내를 추정케 하는 장면이었다."

ー또 다른 시각은 뭔가.

"한국 정부의 대응, 다시 말해 의사 보고 시스템과 정책 결정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시각이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은 상당히 무거운 판결이었다. 이 판결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내부 합의를 내놓거나, 그런 합의를 만들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이후 정부는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 문제를 실무적으로 접근해야 할 관료들은 복지부동하고, 정치권에선 함부로 나서기를 겁내며 무대응으로 방치했다. 한국 사법부가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집행에 금방이라도 나설 듯한 분위기에서 일본이 요구한 정부 차원의 외교적 협의에 한국 정부는 무시로 일관했다. 결국 일본이 '우리를 무시하는 것이냐'며 경제적 보복조치를 꺼내들게 됐다는 시각이다."

ー한·일 갈등으로 결과적으로 중국과 북한만 유리한 국면이 됐다는 평가가 있는데.

"지금의 동북아 질서에선 한국과 일본이 싸우면 제3자가 득을 보는 것은 당연하다. 북한은 한·일 갈등으로 자신들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수 있고, 중국은 어부지리를 얻는 상황이다. 미국으로선 동맹으로서 협력해야 하는 두 나라가 철천지 원수처럼 싸우면서 전략적으로 손실을 입고 있다."

ー한·일과 각각 동맹 관계를 맺고 있고 동북아 전략을 중시하는 미국이 중재 역할을 적극적으로 할 순 없었나.

"지금 상황에서 미국이 한·일 어느 한쪽에 '그만하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미국은 늘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개입을 자제해왔다. 실제로도 역사적으로 골이 깊은 한·일 문제에 미국이 개입하기도 쉽지 않다. 갈등의 울타리에 앉아 있다가 정말 파국 상황으로 치닫는다고 판단하면 최후의 순간에 개입하는 게 미국의 전통적인 태도다."

ー역대 정부마다 일본과 갈등은 있어왔다. 하지만 지금의 한·일 갈등 양상은 경제 대립 문제가 안보 공조 파기 국면까지 확대되는 등 과거 양상을 훨씬 넘어섰다는 지적이 있다.

"지금 한·일 양국은 상호 의존적인 경제·산업을 서로에게 무기화한 상태다. 그런데 이런 경제 보복 조치에도 미국이 개입하기 어려운 게, 미국 역시 미·중 갈등에서 꺼내든 무기가 무역 보복이었기 때문이다. 자기들도 무역 보복을 무기로 들면서 일본에 경제 보복 카드를 쓰지마라고 할 순 없었을 것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미국에 거는 기대가 컸던 것 같다. 이게 판단 미스였다. 물론 미국이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를 '괜찮다'라고 본 건 아니다. 미국 역시 전자 산업 등이 이러한 글로벌 밸류 체인에 연결돼 있기 때문에 물밑에서 압박을 하고는 있었다."

ー한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하면서 물밑에서 대안을 모색하던 미국 입장이 한국에 부정적인 쪽으로 돌아섰다는 말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내놓은 대일(對日) 메시지는 상당히 좋았다. 상당히 감정을 자제하고 표현 수위 조절도 잘 했다고 평가한다. 당시까지만 해도 일본이 궁지에 몰렸다. 여기서 한국이 지소미아 연장 결정을 하면 '일본은 역사 갈등을 경제 갈등으로 끌고 갔지만, 우리는 경제 갈등을 안보 갈등으로 끌고가지 않았다'며 명분에서 우위에 설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하면서 모든 부담을 우리가 다 끌어 안는 형국이 됐다. 일본이 도망갈 길을 우리가 열어준 셈이다. 일본의 퇴로를 차단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협상할 수 있었는데 뒷문을 확 열어줬다. 전략적 실수다."

ー하지만 일본의 태도 변화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도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나.

"문제는 그런 선택으로 인해 한국의 외교적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또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미국과 일본이 자연스럽게 손을 잡게 됐다. 지금 상황을 보라.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다뤄지고 있나? 지소미아 종료로 인한 안보 갈등으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이슈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의 부당성 문제도 마찬가지가 됐다."

ー정부는 일본이 경제 보복 조치의 이유로 안보상의 불신을 거론한 상황에서 군사 정보를 교류하는 게 타당하냐고 한다. 지소미아를 유지하는 게 '국익에 부합하지 않다'는 정부 설명에도 일리가 있지 않나.

"정부가 말하는 국익이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국익이라면 당연히 국가의 이익이어야 하는데, 정권의 이익 측면에서 정책을 펼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정부는 국민 분열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ー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 235페이지를 보면 '한·일 지소미아는 효용성을 검토한 후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대목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작년엔 지소미아를 크게 문제삼지 않고 연장했다. 이것은 정부가 지소미아에 대해 '효용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작년엔 지소미아가 유용했지만, 올해는 무용하게 됐단 말인가. 국방부 사람들을 만나면 지소미아의 유용성을 높게 평가한다. 물론 지소미아를 통해 우리가 얻는 정보가 완전히 몰랐던 새로운 사실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정보 능력으로는 불명확한 부분을 명확하게 확인해준다는 점에서 효용이 있었다. 예를 들자면 북한이 쏜 미사일이 서울로 떨어진다는 정도를 우리가 가진 정보로 파악한다면, 일본이 제공하는 정보로는 청와대에 떨어질지, 서래마을에 떨어질지를 가늠할 수 있단 것이다. 물론 청와대의 설명처럼 지소미아가 없다고 해서 우리 안보에 곧바로 큰 구멍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밥이 없으면 라면을 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발상과 마찬가지다. 우리가 굳이 왜 정보의 질을 떨어뜨려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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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희 서울대 교수가 8월 31일 서울 서래마을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지소미아 종료는 하향 지향적 사고 방식'이라고 말하고 있다./윤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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ー현 정부의 대일 메시지 창구인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연일 대일·대미 강성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데.

"감정적인 대응이란 인상을 들게 한다. 그런데 지금 김 차장이 사용하는 워딩(표현)이 과거 일본이 우리나라에 했던 표현과 상당부분 겹친다는 점이다. 특히 '무시' 발언이다. 김 차장은 '일본이 한국을 일관되게 무시했다'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건 일본이 올초부터 한국 정부에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해 청구권 협정상의 외교적 협의와 제3국 중재위 등을 제안했지만 한국의 반응이 없었을 때 나온 발언과 동일하다."

ー지소미아 종료로 한·일 갈등이 한미동맹 균열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예상했을텐데, 그럼에도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배경은 뭘까.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끝까지 고민했다면 미국 때문이다. 일본만 보면 당장이라도 파기하고 싶은데 미국 때문에 계속 고민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국 미국과의 갈등 국면이 오더라도 지소미아를 종료하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ー미국과의 갈등까지 불사하면서 지소미아 파기를 통해 얻는 효과를 무엇이라고 봤을까.

"일본을 압박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일본엔 맞불로 직접 압박을 하고, 미국엔 일본을 압박해 경제 보복을 풀도록 회유해달라고 손짓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나오는 반응은 한국에 더 부정적이다. 그러자 우리 외교부 차관이 주한미국대사를 불러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공식적으로 하지마라'고 한 거다. 그 다음날엔 한발 더 나아가 청와대가 국가안전보장회의까지 열어 주한미군 기지를 빨리 반환하라는 입장까지 내왔다. 정부의 외교 정책이 계속 한국을 궁지에 몰아 넣고 있다."

ー지소미아 종료 발표 과정에서 한·미 간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하면서 미국도 '이해한다'고 했다. 마치 '한국 정부가 그런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한다'는 논조였다. 하지만 다음날 미국의 반응은 날이 서있었다. 청와대 설명도 달라졌다. '동의하진 않았지만 알고는 있었다'였다.

"청와대가 미국에 설명은 했을 것이다. 다만 미국에선 '한국 정부가 하려는 조치를 인지했다' 수준의 답변을 한건데, 지금 나타나는 양상을 보면 '언더스탠드'(understand), 다시 말해 양해했다는 수준에서 미국이 답한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조치에 동의한 건 아니란 얘기다. 직·간접적으로 한국이 지소미아를 종료한다는 걸 예감한다는 수준이었는데, 이걸 미국이 '이해한다'고 봤다면 그건 착각이다."

ー정부는 최근 한미동맹이 균열되고 있다는 평가를 부정하고 있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북한에 대한 안보 대응 차원에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미국은 동맹 관계를 동아시아 전체판에 올려두고 평가한다. 미·중 경쟁 구도에서 보면 한국이 중국 쪽으로 넘어가지 않게 방파제를 만든 것이 한미동맹이다. 그런데 한국은 계속 방파제를 낮추려고 한다. 현재 한국의 외교를 잘보면 일본과는 전면전을 하면서 중국에는 싫은 말을 한마디도 안한다. 북한 문제를 놓고 봐도 물론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외교전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보려고 하지만, 북한의 위협에 대해 한·미·일 공조에는 소극적인 인상을 준다. 그 와중에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 카드를 던진 것이다. 미국으로선 한국의 (속내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세우고 동맹과 우방을 통해 방파제를 만들려고 하는데 한국은 계속 어정쩡하게 서있다. 이 지점에서부터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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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희 서울대 교수가 8월 31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윤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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ー청와대에선 '군사력 강화로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 하겠다'고 했다. 이 발언의 진의는 뭐라고 보나.

"한미동맹을 다운그레이드시키면서 말은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것 아닌가. 지소미아 종료 이후 정부가 내놓은 한미동맹 업그레이드 방향을 보면 완전히 트럼프의 사고 체계와 일치한다. 정보자산과 한·미 연합훈련은 포기하고, 대신 우리가 방위비를 더 내거나 무기를 더 많이 사겠다는 것이다. 비지니스적 접근법이다. 한미동맹을 용병처럼 만들려는 것이란 생각을 들게 한다."

ー문재인 정부 외교 노선의 무게 중심이 이른바 자주파 노선으로 완전히 기울었다는 평가도 있는데.

"완전히 한쪽으로 치우쳐진 상태다. 그런데 현 정부의 외교 정책이 국내 정치 논리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냉전체제 종식이란 견지에서 '친미·반공·안보 세력'에 대한 거부감 내지 단절 의지가 지금 외교 노선으로 나타나는 것 아닌가."

ー미국 정부가 '독도 방어 훈련'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을 기점으로 한국 정부의 대미 대응 수위가 다소 높아졌다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가 미국의 반발에 대해 '동맹보다는 국익이 우선'이라는 식의 언급을 내놨던데 이 말 속에는 '동맹 때문에 국익이 손상되고 있다'는 인식이 밑바닥에 깔려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에는 '동맹이 국익'이라는 사고가 필요하다. 정부가 지금 반일과 반미를 교묘하게 겹치기 하고 있다면 굉장히 위험한 국면으로 갈 수 있다."

ー일본 내 지한파 학자 그룹의 반응은 어떤가.

"일본 학자들 사이에선 한국 정부가 자주를 강조하지만 과연 실용적 접근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ー현재의 한일 갈등, 한미동맹 균열을 매듭짓기 위한 방안은 무엇으로 보나.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해선 우리도 경제 대응 조치로 가는 게 옳았다고 본다. 우리도 일본을 화이트국에서 배제하겠다고 발표하지 않았나. 그런데 우리가 지소미아까지 건드리면서 결국 미국까지 자극하는 형국이 됐다.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철회하겠다고 발표하고, 이를 동력삼아 일본도 경제보복 조치를 거둬들인다면 국면이 전환될 것이다. 이렇게 되려면 외교채널 등을 통한 협의가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한·일 간에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금 외교부 당국자들은 일본 실무자들과 통화하는 걸 꺼린다는 말도 돈다. 양측의 소통을 제한하는 요소가 상당히 많다. 그런 점에서 갈등 국면이 상당히 장기화될 수 있다."

[윤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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