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닌 평일 심야에 경찰 최루탄 진압
시위대, 41명 부상 지하철역 과격 진압 항의
시민들 “왜 붙잡아가냐” 거칠게 항의도
지난 8월 31일 41명의 부상자를 낸 타이즈 지하철역 과격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가 타이즈역을 중심으로 2일 밤과 3일 새벽에 걸쳐 벌어졌다. 사진은 시위를 벌이던 한 사람이 2일 밤 경찰에 체포되는 모습이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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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반 시민들이 시위에 가담한 사람을 현장에서 체포해 연행하는 경찰에 항의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등장하며 홍콩 사태가 이젠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이 아닌 경찰과 시민 간의 충돌로 확산할 우려마저 보이고 있다.
타이즈역에선 지난 31일 홍콩 최정예 경찰인 ‘랩터스(速龍) 특공대’까지 투입돼 시위대에 대한 무차별 구타와 진압으로 41명이 다쳤다. 이 중 5명은 심각한 상황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터넷엔 두 명이 병원에서 숨졌다는 미확인 소문마저 돌며 민심이 흉흉한 상태다.
2일 밤 10시가 지나 타이즈 지하철역 입구엔 부상자를 위로하는 꽃이 놓이기 시작했다. 이어 300여 명이 넘는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가 타이즈역에 인접한 몽콕 경찰서를 향해 달걀을 투척하고 나탄 로드에 쓰레기통 등을 던져 교통을 방해하며 시위를 벌였다.
2일 밤 한 시민이 타이즈 지하철역 부근의 나탄 로드에서 경찰의 과격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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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는 “우리가 불타면 너희도 함께 불타는 것”이라는 말을 외쳤다. 이는 학생 운동 지도자 황즈펑(黃之鋒)이 지난달 31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 나오는 말이다. 원래는 영화 ‘헝거게임모킹제이’에 나오는 대사로 황이 기고문에 인용한 후 유행하고 있다.
홍콩 경찰은 최루탄을 쏘고 또 랩터스 특공대를 투입해 시위대 일부를 체포했다. 이때 이 과정을 지켜보던 시민들이 “무슨 이유로 사람을 잡아가냐”고 거칠게 항의하며 시위대를 옹호했다. 시민들은 경찰이 물러설 때는 박수를 치기도 했다.
3일 새벽 1시께는 홍콩 침례대학 학생회 회장 팡중시엔(方仲賢)이 폭동진압 경찰에 붙들려 연행됐다. 전날인 2일 홍콩 당국은 지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59명을 붙잡았으며 지난 6월 초 시위가 시작된 이래 모두 111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홍콩의 폭동진압 경찰이 2일 밤부터 3일 새벽까지 벌어진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했다. 경찰의 과격 진압과정이 TV 등을 통해 생중계되며 홍콩인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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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태는 지난 8월 31일 경찰의 타이즈역 과격 진압 이후 홍콩 민심이 급격히 악화하며 새로운 전기를 맞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2일 시작된 학생들의 동맹 휴학 활동에 적지 않은 학생이 경찰의 폭력에 분노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홍콩 곳곳의 200여 학교에서 약 1만여 학생이 수업 거부에 참여했다. 홍콩특구 행정장관인 캐리 람의 모교 완차이 지역 SFCC(St. Francis' Canossian College) 학생들도 집회에 참여했다.
이 학교의 한 학생은 “우리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많지 않지만 동맹 휴학은 우리의 뜻을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케리 람 행정장관에 실망했으며 그의 후배라는 게 부끄럽다”라고도 말했다.
2일부터 시작된 파업에 동참하기 위해 퀸 메리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병원 복도에 서서 송환법 반대와 경찰의 과잉 진압 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 앞으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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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일과 3일엔 의료와 복지, 금융 등 29개 업종 종사자들이 부분적인 파업에 참여했다. 퀸 메리 병원과 엘리자베스 병원 등에서는 의사와 간호사 등이 복도에서 인간띠를 형성한 채 경찰 폭력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2일 오후 홍콩섬 타마르 공원에선 약 4만여 명이 참가한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범죄인 인도법’ 완전 철폐와 독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경찰의 과잉 진압을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 등을 제기했다.
경찰의 시위대에 대한 과격 진압 장면이 홍콩 TV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라이브로 중계되면서 일반 홍콩 시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8월 31일 타이즈 지하철역에서 중상을 입은 사람 중 사망자라도 나올 경우 홍콩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될 조짐이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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