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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송환법 철회 이후… 홍콩 시위대 反中·親中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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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도심 집회에 수만명 참가 "행정장관 직선제 등 수용하라"

오성홍기 불태우고 화염병 던져… 일부는 美·英 국기 흔들며 행진

지난 4일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을 공식 철회한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가 15일 홍콩 도심에서 열려 경찰과 시위대가 격렬하게 충돌했다. 6월 시위가 시작됐을 때는 송환법 반대가 주요 의제였지만 홍콩 시민들은 "행정장관 직선제 등 모든 요구를 수용하라"며 다시 거리로 나온 것이다. 시위가 15주째 장기화하고 반중(反中) 성향을 띠면서 홍콩 내 친중(親中)·반중 진영의 충돌도 격해지고 있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쇼핑몰이 밀집해 있는 코즈웨이베이(銅鑼灣)에 시민 수만명이 모여들었다. 앞서 야권 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이 이날 코즈웨이베이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청했지만 홍콩 정부는 "안전이 우려된다"며 불허했다. 시민들은 정부 결정에 불복해 거리로 나온 것이다.

시위대는 홍콩 정부 청사 방향으로 행진하며 "5대 요구, 하나도 뺄 수 없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송환법 철회 이외에 시위 강경 진압 책임자 조사와 처벌, 시위대에 대한 폭도(暴徒)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자 석방, 직선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홍콩 정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일부 시위대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불태우고 중국 정부를 나치에 빗대며 "공산당을 믿느냐"는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미국·영국 국기를 들고 홍콩 시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도 요청했다. 홍콩 정부 청사 주변에 도착한 일부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시위대를 진압했다. 이날 시위로 주변 상점과 일부 전철역이 문을 닫았다.

지난 4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송환법을 철회한다고 발표한 후에도 수백명 단위의 시위는 계속됐다. 일부 과격 시위대는 지하철역 입구에 불을 지르며 반발했다. 하지만 온건파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주말 집회는 송환법 철회 이후 이날이 처음이었다. 시위에 참석한 테런스 팽씨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정부가 다른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며 "직선제 문제가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친중·반중 진영의 대립도 격화되고 있다. 지난 14일 친중 성향 시민 수백명은 카오룽베이(九龍灣)의 '아모이 플라자' 쇼핑몰에 모여 중국 국가(國歌)인 의용군행진가를 부르고 오성홍기를 흔들었다. 최근 반중 시위대가 쇼핑몰을 돌며 "우리는 순교자와 함께 행진하네. 홍콩의 자유여 빛나라"라는 가사의 '홍콩에 영광을(願榮光歸香港)'이라는 노래를 부르자 '노래'로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날 뒤늦게 아모이 플라자에 도착한 반중 시위대는 '홍콩에 영광을'을 불렀고, 이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진 양측 일부 시위대가 들고 있던 국기봉과 우산을 휘두르며 충돌했다. 계란을 던지고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주먹으로 상대방을 때리기도 했다. 홍콩 일간지 명보(明報)는 "이 과정에서 25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되고 10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홍콩 시내 곳곳에 생긴 '레넌 벽'에서도 충돌이 일어났다. 레넌 벽은 홍콩 시민들이 송환법 반대와 홍콩의 자유를 요구하는 포스트잇 메모를 붙여놓은 장소다. 1980년 영국 록밴드 '비틀스'의 멤버 존 레넌이 미국에서 살해되자 옛 체코슬로바키아 수도 프라하 도심 벽에 그를 추모하면서 체코슬로바키아와 소련의 공산 정권을 비판하는 글이 붙었던 데서 유래했다. SCMP에 따르면 14일 친중 시위대가 카오룽베이와 포트리스힐 등 레넌 벽 2곳에서 포스트잇을 떼어내는 과정에서 항의하는 시민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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