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절(중국의 추석으로 올해는 9월 13일) 다음 날인 14일 중국 국영 CCTV 채널1의 저녁 메인 뉴스 신원롄보(新聞聯播)에 라우 경장과의 인터뷰가 나왔다. 신원롄보는 매일 저녁 7시 CCTV 채널1에서 30분간 방영되는 뉴스 프로그램으로, 매일 1억 명 이상이 시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관련 소식으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에서 홍콩 시위를 다룬 것을 두고 이례적이란 해석이 나온다. 중추절 연휴에 중국인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 ‘폭도’ 진압의 맨앞에 선 홍콩 경찰을 내세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에 반대해 6월부터 시위에 나선 홍콩 시민을 ‘폭도’라 규정하고 이들의 시위를 ‘폭동’이라 부른다.
홍콩 경찰 라우 첵케이가 7월 30일 홍콩 콰이청경찰서 근처에서 시위대를 향해 총을 들어올렸다. /로이터 |
이번 인터뷰는 중추절인 13일 친중 단체들이 홍콩섬 완차이에 있는 홍콩 경찰 본부와 카오룽반도의 몽콕경찰서를 방문해 경찰에 감사와 지지를 표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친중 단체들은 반(反)정부·반중 시위대에 맞서 싸우는 홍콩 경찰에게 월병(중추절에 먹는 둥그런 모양의 빵)과 과일 등을 선물하며 노고를 치하했다.
라우 경장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계속 번영하길 바란다"며 "홍콩인은 중국인이다"라고 했다.
라우 경장은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Sir(경의를 표하는 호칭)’ 열풍을 일으키며 스타로 떠올랐다. 그의 별명 ‘대머리 류선생(光头劉Sir)’도 여기서 나왔다.
홍콩 경찰 라우 첵케이가 홍콩섬 완차이에 있는 홍콩 경찰 본부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중국 신화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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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밤 라우 경장은 콰이청경찰서 근처에서 시위대에 포위됐다. 홍콩 경찰이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에 반대해 시위에 참가한 시민 중 44명을 폭동 혐의로 기소하자 시위대 1000여 명이 이날 밤 콰이청경찰서 앞에서 벽돌과 물병 등을 던지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라우 경장과 동료 경찰 한 명이 시위대 수십명에게 둘러싸인 것이다. 이때 라우 경장은 산탄총을 들고 시위대를 조준했다.
오른쪽 눈 주위에 멍이 들고 눈이 붉게 충혈된 채 총을 들고 있는 그의 모습은 6월 범죄인 중국 인도법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가 시작된 이래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장면으로 꼽힌다. 홍콩 경찰과 중국 관영 매체들은 시위대에게 헬멧도 없는 상태에서 구타 당한 라우 경장이 자기방어를 위해 총을 든 것이라고 옹호해 왔다.
8일 홍콩 홍콩섬에서 홍콩 시민 수천명이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홍콩 독립을 요구하는 깃발이 미국 국기 성조기와 함께 휘날리고 있다. /홍콩=김남희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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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 경장도 중국의 한 관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갖고 있던 총을 빼앗으려던 폭도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총을 들었다"고 했다. 경찰이 시민을 향해 총을 겨눈 데 대해 비판이 쏟아지자, 홍콩 경찰은 "라우 경장은 당시 생명의 위협을 느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들었으며, 그의 총에는 실탄이 아닌 빈백탄(콩주머니탄)이 들어 있었다"고 해명했다.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은 ‘폭도’를 진압한 라우 경장의 모습과 인터뷰를 계속 내보내며 그를 영웅으로 치켜세웠다. 신원롄보의 간판 여성 앵커 하이샤(海霞)는 8월 7일 신원롄보의 자체 소셜미디어 프로그램 ‘앵커가 방송을 말하다’에서 라우 경장을 향해 엄지를 들어올리며 "홍콩 경찰이 일선에서 사회의 안녕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주면 우리 14억 중국인이 당신의 뒤에서 당신을 지키겠다"고 했다.
중국 국영 CCTV 채널1의 저녁 메인 뉴스 신원롄보(新聞聯播)의 여성 앵커 하이샤가 8월 7일 신원롄보의 자체 소셜미디어 프로그램 ‘앵커가 방송을 말하다’에서 라우 경장을 언급하며 엄지를 들어올렸다. /중국 CCTV |
올해 46세인 라우 경장은 경찰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19세에 경찰이 됐다고 한다. 그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맞는 10월 1일 중국 국경절 기념행사에 다른 홍콩 경찰 9명과 함께 초청받았다.
라우 경장은 "국경절 기념식 초청은 개인적인 영광을 넘어 홍콩 경찰 전체의 영광이다"라고 말해 중국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그가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열리는 국경절 기념식 참석을 계기로 중국의 상징인 만리장성에 가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중국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더 열렬한 환영을 표했다.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국경절 연휴에 만리장성에 가겠다는 그의 계획에 우려를 표하는 의견도 있었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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