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돼지고기 도매가격 석달만에 60% 급등..'비상'
'국민고기' 공급 급감에 일부 지방정부 구매제한
노무라 "고기 가격상승에 中 내년 물가 전망치 2.6%로 상향"
베트남, 필리핀 북한 등 중국 접경지역 전방위 확산
지난 7월 중국 베이징에서 한 시민이 돼지고기를 사고 있다.[AFPBB 제공] |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치사율 100%에 백신조차 없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도 발생했다. 인근 중국에서 돼지열병이 발견된 지 1년 1개월 만이다.
중국은 ASF를 막기 위해 100만 마리가 넘는 돼지를 폐사하거나 살처분 했지만 여전히 ‘통제 불능’ 상태다. 돼지고기 공급이 급감하자 가격은 두 배로 뛰었고 품귀현상에 1인당 돼지고기 구매량을 제한하는 곳마저 등장했다.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이달 1일 중국 전역 돼지고기 도매가격 평균은 1kg당 34.59위안(5810원)을 기록했다. 6월 초 1kg당 돼지고기 가격은 20.69위안(3470원)에 불과했지만 석 달 만에 약 60% 오른 셈이다.
지난해 8월 중국 북부 랴오닝성 선양시에서 ASF가 발생한 후 9개월 채 되지 않아 중국 31개 성·시·자치구로 퍼졌다. 113만 마리에 달하는 돼지가 폐사하거나 도살됐다. 중국 내 돼지 사육량이 7억마리가 넘는 것을 감안하면 0.2%에 불과한 수치다. 그러나 가격 상승폭 등을 감안할 때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ASF 발병 및 살처분 규모를 실제보다 축소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돼지고기와 식량이 천하를 편하게 한다는 ‘주량안텐샤(猪糧安天下)’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돼지고기를 ‘주식’으로 먹는 나라다. 공급이 급감한 가운데 중국의 ‘국민 고기’ 돼지고기의 수요는 여전하자 일부 중국 지방정에서는 수급 조절을 위해 구매량 제한에 나섰다.
푸젠성 푸톈시는 이달 6일부터 신분증을 가지고 와야 돼지고기를 살 수 있도록 하고 1인당 하루 구매량을 2kg로 제한했다. 샤먼시 역시 1인당 하루 2.5kg의 돼지고기만 살 수 있도록 했다. 밍시현은 시내 4개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하루 돼지고기 판매량을 부위별로 100~200kg로 정해두고 주민들도 부위별로 한 번에 1kg만 살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치솟는 가격을 잡기 위해 공급 확대 카드도 내놓았다. 중국 국무원은 최근 양돈 농가의 사육 마릿수 제한 규정을 폐지해 농가들이 돼지를 대량으로 키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돼지열병 피해가 큰 저장성은 올해 말까지 새로 돼지고기를 키우면 한 마리당 500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양돈 농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 6일 중국 농업농촌부는 중앙 정부 차원에서 보조금 및 대출 지원을 마련했다. 교통부도 돼지고기를 운송하는 트럭에 대해서 도로 교통로를 면제했다.
그러나 돼지고기 수급이 안정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증권은 중국 돼지고기 가격이 내년 상반기 말께 1kg당 45위안(7560원)선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올해 6월(20.69위안)보다 두배이상 오른 가격이다. 노무라증권은 돼지고기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2020년 중국의 물가상승률(CPI) 전망치를 연 2.3%에서 2.6%로 올렸다. 이 뿐만 아니라 10월부터 중국의 월간 물가 상승률이 3%를 돌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연초 물가 상승률을 ‘3% 이내’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돼지고기를 주변 국가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ASF는 인근 국가인 몽골(첫 발생일 1월 15일), 베트남(2월 19일), 캄보디아(4월 3일), 북한(5월 23일)으로 확산했다.
베트남은 2월 ASF가 발병한 이후 3000마리의 돼지를 폐사 또는 살처분했고 라오스는 ASF가 발병한 샨주 지역의 농장 돼지를 모두 살처분했다. 북한 역시 올 5월 이후 중국과 인접한 자강도 북상협동농장에서 돼지 99마리 중 77마리가 폐사하고, 22마리는 살처분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ASF가 아시아로 확산한 가운데 중국 등지에서 돼지고기 수요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베이컨 가격이 오르면 치즈버거 가격도 오르는 만큼, 돼지고기 가격 폭등은 글로벌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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