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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2년간 親朴행태 욕하더니… 親文, 검찰청 몰려가 "정치검찰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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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파문]

주말 서초동 車路 점거한 채 "조국 수호" "윤석열 똑바로 해"

재판중인 손혜원 등장하고, 조국이 노래부른 영상 보며 합창

與, 박근혜 수사 당시엔 친박단체 향해 "여론 선동한다" 비판

"조국(법무 장관) 수호!" "윤석열 총장 똑바로 해!"

지난 21일 오후 6시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차로(車路) 4개를 점거한 군중 수천명이 검찰 청사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군중 손에는 '정치 검찰 물러나라' '자한당을 수사하라' '공수처(고위공직자수사처)를 설치하라' 등이 적힌 피켓과 촛불이 들려 있었다. 조국 법무 장관의 얼굴 그림을 든 사람도 있었다. 행사 진행을 맡은 개그맨 노정렬씨가 맞은편 검찰청을 가리키며 "검찰로부터 민주 인사들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친여(親與) 성향 단체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가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검찰 개혁 이뤄내자" "정치 검찰을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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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는 이 집회를 '검찰개혁 사법 적폐 청산을 위한 촛불집회'라고 불렀다. 주최자는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라는 단체. 지난달 말 종로구 옛 일본 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가슴에 '조국 수호' 피켓을 올려놓고 '조국 수호 사법 적폐 청산' 집회를 열었던 단체다.

이날 행사에서는 검찰에 대한 비난 발언과 함께 검찰 조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여권(與圈) 인사들에 대한 옹호 발언이 쏟아졌다. 친문(親文)계 손혜원 무소속 의원은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목포시청 내부 자료를 미리 확보한 상태에서 나랏돈이 들어가게 될 지역 땅과 건물을 지인들과 함께 사들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법원은 손 의원 땅을 당사자들이 처분하지 못하도록(몰수보전) 했다.

그런데도 손 의원은 집회에서 "1월부터 6개월째 이 일(검찰 수사)을 당하고 있다"며 "검찰이 190명을 부르고도 증거를 잡지 못해 손바닥만 한 팸플릿을 보안 자료라고 걸어서 기소했다"고 말했다. 손 의원 발언이 끝나자 집회 참가자들은 "손혜원"을 연호했다.

손 의원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거론하며 "가슴이 아프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전 지사는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 실형을 확정받았다. 이날 손 의원은 과거 안 전 지사가 보낸 문자메시지 중 (안 전 지사가) "우울할 때마다 이른바 '닥치세요 영상'을 본다"고 한 것을 언급했다. '닥치세요 영상'이란 손 의원이 2016년 국회에서 이은재 당시 새누리당 의원에게 "닥치세요"라고 말하는 영상을 가리킨다.

주최 측은 시위 도중 '검찰 개혁의 시대정신'이란 영상을 틀었다. 영상 속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노회찬 정의당 의원 생전 모습이 나오자 일부 참가자가 눈물을 흘렸다. 이어진 영상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조사를 받기 위해 특검에 출석하는 장면도 나왔다. 김 지사가 노회찬 의원 장례식장에서 조국 장관과 함께 유족을 위로하는 모습도 있었다. 김 지사는 '드루킹 사건' 유죄가 1심 법원에서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가 지금은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집회 클라이맥스는 군중의 '홀로 아리랑' 합창이었다. 이들은 과거 조국 장관이 한 언론사 토크 콘서트에 출연해 홀로 아리랑을 부르는 영상을 틀어놓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일부 참가자가 "조국 수호"를 연호했다. 주최 측은 "다음 주에도 촛불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2년여간 서초동 법원·검찰청 일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검찰 수사나 법원 판결에 반발하는 친박(親朴) 단체들의 단골 집회 장소였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친박 단체가 2017년 1~3월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은 각성하라" "정치 검찰 규탄한다" 등 구호를 외쳤고, 올해 4월에도 박 전 대통령 형(刑) 집행정지 촉구 집회가 열렸다. 이때는 더불어민주당이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는 거부하고 인터넷 언론, 태극기 집회 등을 통해 여론을 선동한다"고 비판했었다. 이날 검찰을 비난한 손혜원 의원도 당시엔 박사모의 반(反)검찰 시위 배후로 새누리당을 지목하면서 "(새누리당이) 정권 유지를 목표로 박사모와 함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발의로 사실상 '죽은 권력'이었고, 지금 조국 장관은 집권 3년 차 대통령이 갓 임명한 '살아 있는 권력'이고 검찰 인사권까지 쥐고 있다"며 "여권 지지자들의 집회는 '집권 세력의 친위 무력 시위'라는 점에서 검찰이 느끼는 압박의 강도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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