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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조용하고 착해 누명 쓴 줄" 화성연쇄살인 용의자에 동네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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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2시쯤 경기도 화성시 진안동(당시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20~30년 전만 해도 논과 밭이 펼쳐진 한적한 농촌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도시개발로 아파트와 상가 등이 들어섰다. 걸어서 20여분 거리엔 수도권 전철 1호선 병점역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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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한 용의자가 경찰조사를 받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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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모(56)씨는 이곳에서 태어나고 1993년 4월 충북 청주로 이사하기 전까지 살았다.

거리는 조용했다. 마주친 주민들은 "이XX에 대해 그만 물어보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한 주민은 "이씨를 아는 사람들은 전부 많이 놀랐다. 이제 그만 이야기 하고 싶다"고 손사래를 쳤다.



"조용한 성격인데" …주민들이 기억하는 이씨



이씨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특정되면서 화성지역이 술렁이고 있다. "드디어 잡혔다"고 안도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씨가 화성 토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코앞에 두고 왜 못 잡았느냐?"고 성토하는 목소리도 컸다. 특히 이씨나 이씨 가족과 안면이 있는 이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씨 가족은 현재도 진안동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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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쇄살인사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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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기억하는 이씨는 "조용한 사람"이었다. 이씨 가족을 잘 안다는 A씨는 "어려서부터 조용하고 착해서 이런 일을 벌였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B씨도 "그 집 사람들이 다 착하다. 특히 이씨 어머니가 너무 착해서 '부처'라고 불렀을 정도"라며 "그래서 처음 연쇄살인 이야기를 들었을 땐 이씨가 누명을 쓴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가족들은 현재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있다고 한다. 한 주민은 "이씨 어머니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 중이었는데 아들 일이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하더라"며 "바로 병원에서 퇴원하고 몸져 누웠다고 한다"고 전했다.



피해자 중에는 학교 후배도



이씨는 이 지역에서 초·중학교도 나왔다. 그래서 이씨가 범인이라면 피해자 중에는 그의 학교 후배도 있다고 한다. 그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 당시 집에서 5㎞ 떨어진 곳에 있는 태안읍 안녕리의 한 전기설비공장에 근무했다. 이씨의 집과는 차로 15분여 거리다. 모방 범죄로 알려진 8차 사건을 제외한 1·2·3·6차 사건이 이 근방에서 발생했다. 이씨의 DNA가 검출된 5·9차 사건도 이 일대다. 그의 직장과 집 중간엔 당시 본부였던 태안파출소(현 안용파출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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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사건 2차 사건 발생지 현재 모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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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현재도 당시 피해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5차 피해자가 나온 황계동(당시 태안읍 황계리)에서 만난 한 70대 주민은 "사건 이후 동네 분위기가 많이 흉흉해 밤에는 아무도 밖에 못 나가게 했다"고 말했다.

병점리(현 병점동)에서 발생한 9차 사건 피해자와 같은 학교에 다녔다는 류모(44)씨는 "당시 학교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었다"며 "학교에서 등·하교 때 3~4명씩 짝을 지어 다니게 하고 늦게 다니지 말고 빨간 옷을 입지 말라고 당부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화성 언급 말라' 불편한 심기도



일부 주민들은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역 상당수가 택지개발 등으로 토박이보단 외지에서 이사 온 사람들이 더 많이 살고 있어서다.

한 50대 여성은 "그동안 연쇄살인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화성시나 주민들이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는데 용의자 이씨가 옛 우리 동네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언론에 동네가 거론되고 있다"며 "더는 연쇄살인과 연관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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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사건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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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화성시는 이 사건으로 '범죄 도시'로 낙인찍히자 언론사 등에 지역명 사용 자제 요청을 하기도 했다. 이 사건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이 개봉할 당시엔 화성문화원이 법원에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영화 홍보 등에 '화성'이라는 명칭이 들어가지 않았다. 지명을 바꿔야 한다는 주민 민원 몇 차례 제기되면서 화성시는 이런 부정적인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다.

화성시 한 관계자는 "유력 용의자가 특정된 것은 다행스럽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다시 화성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반갑지는 않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경찰, 과거 수사 기록 검토…"이씨 조사한 적 있다"



그러나 용의자 이씨는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지난 18~20일까지 이어진 3차 조사에서 그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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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이모(56) 씨가 24년째 수감돼 있는 부산교도소 전경. 이씨는 처제 살인, 시신 유기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95년부터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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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1994년 처제 살인사건으로 부산교도소에 수감된 이씨를 가까운 경기도 안양교도소로 이감해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씨의 신상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책 280권 분량(15만장) 서류철 400개 분량의 과거 수사 기록을 분석하고 처제 살인사건에 대한 자료도 청주지검에서 건네받기로 했다. 이씨의 유전자가 검출된 5·7·9차 사건 외 다른 사건들의 현장증거물에 대한 DNA 분석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이씨가 저지른 다른 범죄가 있는지와 모방범죄를 제외한 9차례 연쇄살인 사건 모두를 저질렀는지 등도 조사한다. 경찰은 현재 이 사건의 공범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수사 기록에서 이씨를 조사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며 "당시 몇 번 조사했고 어떤 진술을 했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 다른 기록들도 살펴보는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화성·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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