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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기질, 태국·캄보디아와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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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정치·경제·사회적 수준이 선진국에 가까운데도 미세먼지 피해가 심각한 드문 예외에 속한다. WHO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한국은 주요 아시아 국가 21곳 가운데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10번째로 나쁘다. 중간 정도로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보다 좋지 않은 나라들을 보면 네팔·인도·방글라데시·몽골·미얀마·캄보디아 등 경제 수준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연평균 초미세먼지 24.6㎍/m³란 한국의 수치 자체도 WHO 권고치인 연평균 10㎍/m³의 두 배가 훨씬 넘는다. 1년을 평균 낸 수치가 24.6㎍/m³란 얘기는 하루 하루를 살며 초미세먼지가 ‘나쁨’(26~50㎍/m³)이나 ‘매우 나쁨’(51㎍/m³ 이상)인 날도 상당히 많았다는 얘기다.
홍윤철 서울대병원 교수(예방의학교실) |
한국의 미세먼지에는 편서풍을 타고 이웃나라 중국에서 건너오는 미세먼지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의 미세먼지는 과연 누구 책임일까. 해결책이 있기나 한 걸까.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미세먼지 분야 권위자로 평가받는 홍윤철 서울대병원 교수(예방의학교실)에게 미세먼지의 정확한 상황과 해결책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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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큰 먼지, 지금은 초미세먼지 비중 늘어
Q : 한국의 미세먼지 상태는 어떤가.
아시아에서도 웬만한 나라보다 나쁘다. 우리나라 경제력 대비 아주 나쁜 거다. 전 세계에서도 나쁜 수준이다.”
Q : 일각에선 ‘옛날이 더 안 좋았다’며 경각심 자체를 힐난하는 경우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과거엔 큰 먼지가 많았다면 지금은 초미세먼지가 많아졌다. 훨씬 위험한 거다. 특히 스모그처럼 뿌옇게 보이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계속 이어지는’ 경우가 확실히 늘었다. 겨울에서 봄철로 갈 때, 기온이 증가할 때,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등이 그렇다. 그리고 옛날엔 지금보다 사망률이 훨씬 높았다. 미세먼지도 하나의 요인이었을 거다. 사망률 하나만 놓고 봐도 옛날에 더 좋았다, 더 잘 살았다는 말은 맞지 않다.”
Q : 고농도 미세먼지는 왜 많아진 건가.
“결국 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결과인데 특히 지금은 석탄발전소 영향이 크다. 석탄발전소가 서해안 쪽에 많이 생긴 게 큰 요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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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탓만 할 수 없는 진짜 이유는?
Q : 중국발 영향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우리 탓이 아니다’라고 한다.
‘이게 다 중국 때문이다’란 우리나라 사람들의 불만도 맞고, ‘그게 왜 전부 우리탓이냐’고 항변하는 중국 말도 맞다. 예를 들어 한국의 미세먼지가 지금 100이라고 하자. 그런데 배출량만 보면 중국에서 25가 온 거고, 한국 안에서 25가 발생한 거다. 그런데 왜 50이 아니라 100이 됐을까. 이게 바로 ‘2차 미세먼지’ 때문이다. 국내 전체 미세먼지 발생의 72%가 2차 생상 미세먼지란 연구도 있다. 연구자들이 눈여겨보는 건 바로 2차 미세먼지다.”
Q : 2차 미세먼지는 왜 생기나.
“말 그대로 자동차나 공장에서 배출된 미세먼지가 공기 중의 다른 물질과 화학 반응을 일으켜 2차로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거다. 주로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암모니아 등이 그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중국만 해도 베이징 주변 대규모 돼지농장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가스로 어마어마한 2차 미세먼지가 생성된다. 2차 미세먼지는 대부분 초미세먼지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고농도이고 훨씬 위험하다.”
Q :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미세먼지 문제를 풀 수 있는 건 결국 국제협약이다. 바람을 타고 국경을 넘어 이동하기 때문에 주변 국가, 도시들이 함께 수치를 낮추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다. 5가지 목표물이 중요하다. ‘발전소·공장·자동차·농장·선박’ 이다. 국가마다 이 5가지에 대한 미세먼지 배출 목표치를 정해 합의하고 한꺼번에 지키면 수치가 낮아지고 미세먼지를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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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력 있는 국제협약, ‘헤이즈 협정’ 동북아까지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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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비슷한 국제협약 사례가 있나.
“유럽은 1979년 ‘대기오염물질의 장거리이동에 관한 협약’을 채택해 시행하고 있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이 국경을 넘는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자고 공식 제기한 게 시작이었다. 가깝게는 2014년 아세안 지역의 ‘초국적 연무오염 협정(ATHP)’이 있다. ‘헤이즈(haze)협정’이라고도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날아오는 헤이즈(연무)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국토 전체가 심각한 피해를 입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고자 아세안에서 공론화해 협정을 맺은 것이다.”
헤이즈란 매년 6~9월 사이의 건기에 인도네시아의 이탄지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연무다. 인도네시아는 90년대부터 삼림의 난개발과 숲을 태워 경작지를 개간하는 화전 농업이 급증하면서 식물 잔해가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유기물로 쌓여있는 이탄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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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가 주축
Q : 한국은 중국·몽골 같은 국가와 협력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겠다.
“국제협약은 강제력이 있어야 한다. 벌금을 매겨야한다는 거다. 헤이즈 협정만 해도 강제력이 없어 별 효과가 없다. 그렇다고 특정 국가를 손가락질하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된다. 현실적으로 헤이즈 협정을 동북아시아까지 넓히는 방안이 좋다고 생각한다. 국가마다 각자의 사정을 감안해 감축 목표를 정하고 못 지키면 패널티를 두는 거다. 자국민의 건강 개선을 위한 건데 그 보다 더 좋은 명분이 어디 있겠나. 대신 어려운 국가가 ‘우리힘으론 달성 못하니 도와달라’고 하면 산업협력을 해서 윈윈 할 수도 있다. 아시아에서 초국경 대기 오염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과학적·정책적 자문, 기술 수출과 지원을 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정도다. 이 3국이 국제협약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일본은 워낙 자국 공기가 좋아서 별 관심이 없다.”
Q : 공기 문제가 해결될 걸로 보나.
“제가 대기오염을 연구하기 시작한 80년대 중반만 해도 아무도 공기에 관심이 없었다. 그 때는 수질이 좋지 않아서 오히려 물이 관심사였다. 그런데 지금은 물 문제는 상당부분 해결했다. 넘어선 거다. 미세먼지 문제도 사회발전 단계라고 생각한다. 모든 나라들이 못 살 때는 먹거리 걱정이고 그 다음이 환경 걱정이다. 그 중에서도 물 걱정이 먼저고 대기 질에 대한 관심은 거의 마지막 단계다. 이걸 넘어서야 선진국인거다. 국민의 수준이 이렇게 높아졌는데 한국도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야하고 또 가게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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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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