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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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주상복합건물에 ‘수돗물 전쟁’이 났다. 리모델링을 이유로 임대인들의 퇴거나 자체 보수공사를 요구한 임차인측과 퇴거는 불가능하다고 맞선 임대인들의 갈등 때문이다.
A씨는 한 주상복합건물을 관리하는 회사의 이사다. A씨는 건물주와 “원활한 임대를 위해 건물 리모델링을 하고, 임차인이 임대차계약해지에도 불구하고 퇴거하지 않는 경우 책임지고 소송 또는 소송 외의 방법으로 임차인을 퇴거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된 계약을 맺었다.
A씨가 건물 지층 및 1층을 리모델링하려고 보니 위층에서 물이 새어 나와 누전이 발생하는 상태였다. 이대로 공사를 진행했다가는 감전사고 위험이 있었다. A씨는 2층 및 3층에 사는 일부 가구에 "바닥 배관공사를 무상으로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 건물주와 퇴거 문제로 분쟁관계에 있었던 거주자들은 자신들을 내쫓기 위해 핑계를 대는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거부했다.
A씨는 몇 차례 '리모델링으로 단수가 될 수 있다'는 공고문을 건물에 붙여둔 뒤 수도관 업자를 불렀다. 그리고 2ㆍ3층으로 물을 보내는 1층 수도관에 밸브를 설치했다. 1층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해야 하니 2ㆍ3층에서 물이 새지 않도록 아예 수돗물을 끊어버린 것이다.
물이 끊긴 일부 가구에서 수돗물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A씨는 “물을 쓰다가 아래층에 누수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직접 바닥 배관공사를 해서 누수를 막기 전까지는 수돗물을 공급해줄 수 없다”며 거부했다. 1년 9개월 이상 이어진 ‘수돗물 전쟁’은 결국 법정 싸움으로 갔다.
검사는 A씨를 ‘수도불통죄’로 기소했다. 수도불통죄는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및 기타 시설을 손괴 및 기타 방법으로 불통하게 했을 때 적용할 수 있는 죄다. A씨는 “거주자들이 누수 바닥공사를 해준다고 해도 무작정 거절했고, 수도 밸브를 설치하지 않으면 1층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수 없었으므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어떤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가 되려면 ▶행위의 동기나 목적이 정당해야 하고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성이 있어야 하며 ▶보호 이익과 침해이익의 균형성이 있어야 하고 ▶긴급성이 있고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봤다. A씨의 경우 ▶1층에 리모델링을 해야 할 권한이 있었고 ▶안전을 위해 2ㆍ3층의 바닥 배관공사가 필요했으며 ▶거주자들이 이를 무작정 거부한 것은 맞지만 법원은 이런 이유만으로는 수돗물을 끊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봤다. 법원은 A씨가 감전 방지 시설이나 소방시설을 강화하는 등 예방조치를 취할 수도 있었음에도 빨리 리모델링을 하려고 거주자들이 수돗물을 공급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A씨는 징역 6월을 받았다.
2심도 A씨의 죄를 인정했다. 다만 1심 판결 이후 A씨가 수도 밸브를 모두 열었고, 일부 거주자들에게 피해배상금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 항소심은 A씨에게 징역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도 이를 옳다고 보고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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