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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대통령 모독" vs. "내로남불"...이틀째 '벌거벗은 文' 영상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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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한국당, 공식 유튜브서 국가원수 조롱·모독"
홍익표 "한국당 '문재앙' 등 일베에서 쓰는 용어 차용"
민경욱 "2017년 1월 표창원 주최 전시회서 내건 박근혜 前 대통령 누드화가 '천인공노'"
조국, 과거 트위터에서 "公人 나체로 합성해 풍자한 것은 문제 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대통령을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 빗대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이 29일에도 계속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이라며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국당은 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2017년 주선한 국회 의원회관 전시회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나체로 누워있는 그림을 전시했던 일을 거론하며 "민주당이 내로남불을 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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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공식 유튜브 '오른소리'에 올라온 애니메이션 '벌거벗은 임금님'. /오른소리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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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은 대통령 모독 사건에 대해 분명히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당은 공식 유튜브에서 국가원수를 조롱하고 모독하는 애니메이션을 방영했다"며 "대통령 속옷 바람으로 묘사하는 것도 모자라, '옷도 입을 줄 모르는 XXX'라고 입에 담기 거북한 막무가내 표현을 동원하고, 대통령에게 '재앙'이라는 입에 담기 어려운 모욕까지 퍼부었다"고 말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이 애니메이션에 대해 "공당(公黨)에서 제작해 공식적으로 (당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는 것에 대해 정말 할 말이 없다"며 "최근 황 대표나 나경원 원내대표가 우익단체 집회에 참석하면서, 그분들과 같은 생각을 갖게 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영상 내용에 대해 "'일베'에서 쓰는 용어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문재앙(문재인+재앙)'이라는 것이 그런 표현"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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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캡처.


이와 관련해 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2017년 1월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주최한 '시국 비판 풍자 전시회'에 걸렸던 서울민미협 소속의 작가 이구영씨가 그린 '더러운 잠'을 거론하며 맞받았다. 이씨가 그린 '더러운 잠'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Olympia·1865)'를 패러디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얼굴을 넣은 것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현직에 있었다. 민 의원은 "이 그림을 내걸었던 사람(표 의원)은 그래도 일말의 뉘우침이 있었는지 스스로 불출마 선언까지 했다"며 "이 그림을 내걸었던 사람에게 가졌던 국민들의 감정을 네 글자로 표현하면? 그게 바로 천인공노, 또는 귀싸대기"라고 했다. 전날 민주당이 한국당 제작 영상에 대해 "천인공노할 내용"이라고 반발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표 의원은 당시 전시회) 장소를 소개해줬을 뿐"이라며 "('더러운 잠'은) 개인의 작품으로, 당 차원에서 개입한 작품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면 한국당 영상은) 당이 제작했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로 제작하려면 당 대표 또는 사무총장까지는 보고가 된다"고 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이 "나 원내대표를 비하하는 표현인 '나베'라는 조롱도 안 되느냐"고 묻자, "개인들의 표현의 자유는 열려 있다"며 "공당이 그런 표현을 쓰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나 원내대표가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을 했을 때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에서 정청래 전 의원은 "'나경원은 원래 그러나베' 이런 말도 하더라"라고 말했고, 이에 민병두 의원은 "나베 스타일이라고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 아베 지향적이라고⋯"라며 맞장구를 쳤다. 강병원 의원은 지난 7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당시 TV에 나와 "국민들은 한국당을 보면서 자꾸 토착 왜구다, 나베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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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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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국당의 문 대통령 조롱 애니메이션 때문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과거 '공인을 나체로 풍자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밝혔던 게 다시 화제가 됐다. 2010년 12월 무상급식 조례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하자, 서울시는 한 아이가 식판만 든 채 나체로 서 있는 합성 사진과 함께 '전면 무상급식이 문제가 있다'는 광고를 내보냈다. 그러자 온라인에는 이 사진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 올라왔다. 조 전 장관은 당시 트위터에 "'오 시장을 나체로 만들어 사진을 올린 무상급식 지지 포스터는 문제가 없는가'라는 질문이 있었다"며 "'공인'의 경우 비판, 야유, 풍자의 대상이 되므로 이런 포스터는 민형사상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각 언론의 만평만화를 생각해보면 될 듯"이라고 적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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