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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8 (목)

    이슈 게임정책과 업계 현황

    [게임은 질병?]'게임강국' 日에 드리운 그림자, 게임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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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인터넷중독 추정 학생 수 5년간 2배 가량 급증

    생활패턴 악화·성적저하·히키코모리 등 부작용 많아

    日 정부, 최근 게임중독 현황 파악 나서

    "韓 셧다운제 같은 범정부 차원의 정책 필요"

    이데일리

    △게임중독 환자 주요 현황(자료: 쿠리하마의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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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나가와(일본)=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심리검사 일정은 2주 후 목요일 정도로 하면 될까요?”

    일본 도쿄 근교에 위치한 한 중독치료 전문병원. 평범한 학생이라면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이지만 이 병원에는 중·고교생으로 보이는 학생들로 붐볐다. 이들은 대부분 게임중독 치료를 위해 방문한 학생들로,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이곳에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게 병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병원에서 상담을 받는 인원만 연간 3000명, 치료를 받으려면 2달 넘게 기다려야 할 정도다. 일본 전국에 이러한 치료기관만 80여개에 달한다.

    닌텐도와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대표되는 게임 강국 일본이 게임중독이라는 그림자에 직면했다. 그동안 소수 사용자의 문제로 치부됐지만,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게임이 더욱 보편화하고 폭력적인 성향이 가진 게임도 늘어나면서 게임중독 인구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 게임중독자가 크게 늘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에 日 게임중독 학생 환자 급증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인터넷중독증(IA)으로 추정되는 학생 수는 93만명으로 확인됐다. 이는 5년 전 조사 때보다 약 두 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남자 중학생 인터넷중독 비중은 4.4%에서 7.7%로, 남자 고등학생은 7.6%에서 11.2%로 늘었다. 인터넷중독은 일상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인터넷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증상을 말하며, 게임뿐만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동영상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중 특히 최근 두드러지게 확인되는 문제는 게임이다.

    실제 일본에서 처음으로 인터넷중독 치료를 시작한 쿠리하마의료센터가 2016~2017년 방문한 환자 중 269명으로 대상으로 심층 조사를 진행한 결과 89.6%(241명)가 게임중독에 따른 부작용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이들 중 177명(73.8%)은 학생이었고, 37명(15.4%)은 무직자, 16명(6.7%)은 파트타임 근로자였다.

    또한 게임중독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부작용도 조사됐다. 이 기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침에 일어나지 못한다’는 응답과 ‘밤낮이 바뀌었다’는 응답이 각각 80%(복수응답 포함), 62%를 기록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밥을 제때 먹지 않는다’는 응답도 50%를 기록해 게임중독이 기본적인 생활을 망가뜨리고 있는 양상을 보였다. 게임중독 환자들은 개인 생활 어려움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실제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학교 혹은 직장에 결석하거나 성적(근무실적)이 좋지 않아졌다고 답했고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답한 비중도 30%에 달했다.

    이처럼 게임중독에 따른 문제가 커지자 일본 정부도 게임중독 현황 파악에 나섰다. 지금까지 파악한 인터넷중독 현황만으로는 게임중독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해당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한 연구자는 “일본 정부가 게임중독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고 이제 마무리를 하고 있다”며 “얼마 후 관계부처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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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 위치한 쿠리하마의료센터에 환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 박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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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방 늦은 일본…범 정부적 논의부터 시작 필요하다 지적

    현지 전문가들은 게임중독 치료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효과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한 한국의 셧다운제(심야게임규제)와 같은 제한 정책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접근 자체를 막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게임중독 예방책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히구치 스스무 쿠리하마의료센터 원장은 “WHO의 게임중독의 명확한 진단과 진보된 인식에 대해 환영한다”며 “게임이용 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WHO의 국제질병사인분류개정안(ICD-11)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부모들이 자녀가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려고 얼마나 힘든지는 세계 모든 이들이 알 것”이라며 “한국의 셧다운제처럼 게임 접속을 막는 것은 게임중독을 막을 수 있는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 역시 게임중독 예방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을 세우고 있지 못하는 형편이다. 후생노동성 미조구치 보좌역은 지난해 시민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지금은 게임중독인 사람에 대한 대처가 대부분이지만 앞으로는 중독의 예방도 중요하다”며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등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정부의 게임중독 조사에 참여한 연구자는 “일본의 경우 게임 접속 제한을 위한 권한을 여러 부처가 나눠 가지고 있어 강력한 리더십이 없다 보니 정책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는다”며 “총리든 어느 곳이 됐든 중심이 될 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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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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