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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어떤 부모가 갑질하냐" 박찬주 '부모 마음' 발언에 20·30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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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장 4일 기자회견 열어 '공관병 갑질' 논란 해명

공관병 질책 논란에 "부모가 자식을 나무라는 수준" 반박

"어떤 부모가 그렇게 갑질하나" 20·30 비난

아시아경제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의 영입 추진 보류와 관련, '공관병 갑질'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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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부모 마음으로 갑질했냐" , "제발 부모 말 좀 꺼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딸이니까 손잡았다'랑 뭐가 다른가"


자유한국당이 영입을 추진하다 보류된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4일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총선에 대한 입장을 밝힌 가운데, 공관병 갑질 논란에 대한 발언을 두고 20·30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달 31일 박 전 대장을 포함한 1차 인재영입 명단을 발표하려 했지만, 그를 둘러싼 '공관병 갑질' 논란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등 이유로 당내 반발이 일자 막판에 제외했다.


관련해 박 전 대장은 '공관병 갑질' 논란에 대해 "사회 통념상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며 "갑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감나무에서 감을 따게 했다는 둥, 골프공을 줍게 했다는 둥 사실인 것도 있다"며 "공관에 있는 감을 따야 한다면 공관병이 따야지, 누가 따겠느냐. 제가 부려먹는 게 아니라 편제표 나오는 대로 임무수행을 한 것"이라고 했다.


부인이 공관병을 질책한 일에 대해선 "부모가 자식을 나무라는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며 "일부에선 공관병이 네 자식이냐고, 남의 자식 데려다가 왜 부려먹냐고 한다. 하지만 그건 부려먹는 게 아니라 편제표에 나온 대로 임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장의 아들이 친구들과 공관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 때 공관병들이 심부름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공관병들과 같이 한 것"이라며 "사회 통념상 그 정도는 인정해줘야 한다"고 했다.


또 "위생·식품 관리 차원에서 집안에 함께 사는 어른으로서 (공관병을) 나무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령관이 병사에게 지시한 것을 갑질이라고 표현하면 지휘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장은 특히 "군인권센터가 병사를 이용해 사령관을 모함하는 것은 군의 위계질서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군인권센터 소장은 삼청교육대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군대를 갔다 오지 않은 사람이 군대를 무력화하는 것에 분개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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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떤 부모가 갑질하나" 2030 분통

박 전 대장의 이른바 '갑질 해명' 발언이 나오자 20~30대 젊은 사람들은 즉각 반발했다.


20대 취준생 A 씨는 "부모가 자식을 나무라는 수준이라고 기준을 정했는데,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역시 전형적인 갑질 마인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0대 후반 직장인 B 씨는 "공무원은 공·사를 구분해야 한다. 특히 군인은 더 그렇다"면서 "박찬주 씨의 경우 이런 개념이 아예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누리꾼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 누리꾼은 "우리 부모는 갑질하지 않는다"면서 "왜 공관병 부모의 마음을 대신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아직도 갑질이 뭔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정말 꼰대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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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지난5월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박찬주 전 대장 공관병 갑질 사건 불기소 이유 공개 및 검찰 항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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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장의 갑질 해명 발언에 군인권센터는 성명을 내고 반박했다. 인권센터는 2017년 당시 육군 '병영생활규정'을 인용해 "육군 규정은 감 따는 일을 공관병에게 시켜서는 안 된다고 한다"며 "4성 장군이 규정도 모르고 병사들을 노예마냥 취급한 셈이니, 군 기강 문란이란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자기 행동이 갑질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군대에 인권이 과잉됐다고 주장하는 박찬주를 보니 왜 그토록 끔찍한 갑질을 아무 죄의식 없이 자행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꼬집었다.


박 전 대장의 '삼청교육대' 언급에 대해서도 "4성 장군을 지내고 국회의원에 출마하겠다는 사람이 공식 석상에서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에 운영되던 탈법적인 삼청교육대를 운운하다니 실로 충격적"이라며 "우리 국민들이 2019년에도 언론에서 삼청교육대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 의심스럽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찬주는 본인 때문에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후배 장군들이 '똥별'로 싸잡아 욕먹고 있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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