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여파로 돼지고기 가격이 최근 1년 새 100% 넘게 치솟자 고민에 빠졌다. 육류를 비롯한 식품 가격도 일제히 올라 서민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뚜렷한 경기 둔화 국면에서 소비자물가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게 되면 '경기 부양'과 '물가 안정'이라는 상충된 정책 목표 사이에서 선택의 갈림길에 놓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10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10월 CPI 상승률은 2012년 1월 이후 7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앞서 시장에선 3.4%를 예상했으나 이보다도 0.4%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특히 중국 당국이 연초 제시한 소비자물가 관리 목표 범위인 3%를 크게 웃도는 수치가 나와 시장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월 중국의 소비자물가가 크게 오른 주된 이유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여파로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10월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1.3% 폭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달인 9월과 비교하면 20.1% 올랐다. 중국 돼지고기 가격 폭등 조짐은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감지되기 시작됐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첫째 주 ㎏당 20.69위안을 기록했던 돼지고기 평균 도매가격은 그 이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더니 8월 넷째 주(19~25일)에는 ㎏당 30위안을 돌파한 31.77위안을 찍었다. 10월 넷째 주(21~27일) 돼지고기 가격은 ㎏당 51.21위안까지 치솟았다. 11월 들어 40위안대로 떨어져 가격 상승세는 다소 꺾였지만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에나 가격이 안정 추세를 띨 것으로 보고 있다. 돼지고기 가격 상승으로 10월 식품류 가격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CPI와 달리 10월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1.6%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10월 PPI 상승률은 2016년 7월(-1.7%) 이후 3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월별 기준으로 중국 PPI 상승률은 지난 7월부터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PPI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것은 통상 디플레이션의 전조로 해석된다.
[베이징=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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