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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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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여야대표 만찬서 황교안·손학규 선거법 놓고 설전⋯文대통령이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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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여야5당 대표와 청와대 관저서 만찬⋯7월 회동 후 115일만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 지정 문제로 황교안·손학규 고성 오가는 설전...文 중재
손학규 "정치 그렇게 하면 안 된다" 황교안 "그렇게 라니요"
文대통령 "여야정 상설협의체 복원하고 지소미아 초당 협력해달라"
정동영 권력구조 개헌 주장에 文대통령 "개헌 총선 공약 걸고 민의에 따르자"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5당 대표가 10일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했다. 문 대통령이 여야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난 것은 취임 후 다섯 번째다. 이날 회동은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하자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던 지난 7월 18일 청와대 회동 이후 115일 만이다. 만찬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자유한국당 황교안, 바른미래당 손학규, 정의당 심상정,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등 여야5당 대표가 모두 참석했다. 문 대통령 모친상 때 조문을 온 여야 대표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의 취지를 감안해 만찬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날 만찬에서 황교안 대표가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 처리 문제와 관련해 "패스트트랙은 한국당과 협의 없이 밀어붙인 것"이라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다른 당 대표들은 "한국당이 (여야4당의) 협의에 응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손학규 대표가 "정치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황교안 대표가 "그렇게 라니요"라고 맞받아 분위기가 격해졌다. 이에 문 대통령이 양손을 들어 둘을 진정시키는 일도 벌어졌다.

조선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여야 5당 대표를 초청해 만찬을 함께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문 대통령,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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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만찬은 오후 6시부터 2시간40분간 대통령 내외 생활 공간인 청와대 관저에서 진행됐다. 지난 2017년 9월 27일 정당 대표 초청 만찬은 관저가 아닌 상춘재에서 진행됐다. 만찬 장소를 관저로 한 것은 여야 대표들의 조문에 문 대통령이 감사의 뜻을 표하겠다고 해 마련된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여야5당은 회동 의제에 대한 사전 조율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외에는 별도의 배석자도 없었다. 청와대는 회동 후 별도의 브리핑도 하지 않았다. 다만 청와대는 대통령과 정당 지도자 간 만남이란 점을 감안해 만찬이 끝난 뒤 사진과 영상을 일부 공개했다. 이날 만찬 메뉴는 돼지갈비·막걸리 등이 나왔다. 만찬장에서는 막걸리가 몇순배 돌았다고 한다.

◇黃·孫, 선거법 개정안 처리 놓고 대통령 면전서 고성 설전

만찬 회동은 중반까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고 한다. 그러나 현안 관련 이야기가 오가면서 선거법 개정 문제 등을 놓고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다른 여야4당 대표 간에 고성이 오가는 설전이 벌어졌다.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만찬 회동 후 브리핑에서 "선거제 개혁 관련해서 황 대표가 패스트트랙 지정을 한국당과 협의 없이 밀어 붙인 것이라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며 "다른 당 대표들이 한국당이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냐고 해서 서로 고성이 오갔다"고 했다. 특히 황교안·손학규 두 사람이 문 대통령과 다른 당 대표들이 중간에서 말려야 할 정도로 격하게 충돌했다고 한다. 결국 분위기가 정리됐지만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 강행에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선거법 개정 문제와 관련 문 대통령은 "선거제 개혁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바로 나였다"면서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를 발족하면서 여야가 선거제 개혁에 합의한 바 있다. 국회가 이 문제를 협의해 처리하면 좋겠다"고 했다고 정 대표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해 (선거제 개혁에) 어려운 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

심상정 대표가 발의한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역구 의석이 28석 줄어들게 돼 정치권 일각에서는 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부정적 여론 때문에 선거법 개정이 여의치 않다는 점을 문 대통령이 우회적으로 거론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선거제 개혁 관련 법안 개정과 동시에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는 여야 합의 조항에 대해선 "(개헌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어 이후 쟁점이 된다면 민의에 따르면 될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화 끝에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복원해 주요 현안들을 논의하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에 황 대표도 "당에 돌아가서 긍정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고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전했다. 이날 회동에서 검찰개혁 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文 "지소미아 초당 협력 필요⋯북·미 회담, 시간이 많지 않아"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와 관련 문 대통령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문제 같은 경우는 원칙적인 것이 아니냐"면서 "일본의 경제 침탈과 지소미아 문제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미 회담이 어긋나면 국면이 빠르게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금강산관광 문제도 제재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재개 입장을 발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심 대표 말에 "북·미 회담이 아예 결렬됐다면 조치를 했을 텐데 북·미 회담이 진행중이며 미국이 보조를 맞춰달라고 하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면서 "북·미 회담도 시간이 많지 않단 것은 공감한다"고 했다고 한다.

노동 문제와 관련 문 대통령은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해 국회가 노력해달라"며 "지금 탄력근로제 6개월 연장 같은 것은 좀 노동계에서도 수용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고 한다.

◇"여야정 상설협의체 복원에는 공감대"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만찬 회동 후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문자메시지를 통해 "문 대통령 모친상 조문에 대한 감사와 위로의 말이 오갔고, 정치·경제·노동·외교·통일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논의와 폭넓은 대화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은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복원해 주요 현안들을 논의하자고 제안했고, 이에 야당 대표들도 긍정적으로 호응하였다"면서 "특히 황교안 대표도 '당에 돌아가서 긍정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맞아 위기에 빠진 경제를 비롯한 안보 등의 정책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며 "선거법과 관련해 황 대표는 ‘일방적으로 처리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고, 이해찬 대표는 앞으로 협의해 나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수석대변인은 "손학규 대표는 이번 회동은 비교적 오랜 시간을 할애해 허심탄회하게 국정 전반에 관해 논의됐다고 평가했다"고 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손 대표는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통합과 공존을 강조한 초심이 퇴색되지 않았는지 우려를 표명했다"며 "앞으로 야당과의 협치뿐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과 더 많은 소통을 주문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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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여야 5당 대표를 초청해 만찬을 함께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문 대통령,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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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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