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으로 경기부양 약발 감소
민간 투자 꺼려 경기 침체할 수도
재정 만능주의 그만 <상>
재정 적자를 감수한 513조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은 얼마나 경기부양 효과가 있을까. 정부는 시장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기대한다. 그러나 재정지출의 경제적 효과는 최근 들어 계속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이 정부의 ‘재정 중독’을 우려하는 이유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재정지출의 분야별 경제적 효과분석 모형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재정지출이 재화·용역 구매에서 1조원 증가할 때 그해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효과는 2014년 8000억원에서 2017년 5600억원 증가에 머문 것으로 분석됐다.
취업자 수는 2014년 1만2700명 늘지만, 2017년에는 같은 규모로 나랏돈을 쓰더라도 83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신 통계가 부족해 지난해와 올해의 재정지출 효과를 따져볼 순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재정지출 효과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지출 1조원 증가가 그해 GDP에 미치는 영향.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과거에는 나랏돈을 풀면 내수시장 안에서 돌았지만, 경제 개방도가 높아진 최근에는 해외에서 상품·서비스를 사들이는 데도 나랏돈이 유출된다”며 “과거보다 재정지출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확장 재정을 편성하면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시중에 풀기 위한 나랏돈이 늘어날수록 걷어야 하는 세금도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확장 재정을 편성하면서도 증세는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올해까지 세법 개정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를 계산하면 정부 출범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누적법(세법 개정에 따른 세수효과 총량 합산)으로 계산한 2014~2016년 세수 증대 효과는 12조3000억원에서 2017~2019년 24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법인세 세수 효과는 같은 기간 3조9000억원에서 8조4000억원으로, 소득세 세수 효과도 2조3000억원에서 8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확장 재정 정책이 장기적으로 계속되면 경기가 오히려 침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정 적자는 결국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적자가 누적될수록 민간이 투자를 꺼리게 되는 ‘구축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0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최근 재정 역할 강화 근거는 일시적인 경기 대응인데, 중기재정운용지표까지 확장적으로 제시하면 시장은 경제 전망에 대한 부정적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