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兆 넘는 재매각 물량 ‘쏠림현상’
계열사 관련투자 부서 손발묶여
국내 증권사 미매각 물량 1兆대
재매각 속도 압박으로도 이어져
미래에셋그룹이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인수한 미국 시카고 인터콘티넨탈 호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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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그룹이 약 7조원에 달하는 미국 내 최고급 호텔 15곳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그룹 내 투자 여력과 투자 유치 역량의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주요 계열사들이 동참해 자기자본을 투입하고 해당 수익증권을 다른 기관투자자들에게 재매각(셀다운)해야 하는 상황인데, 막대한 업무 부담이 지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 회사가 신규 투자에 나서는 데 주저하고 있다는 평가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9월 중국 안방보험과 체결한 미국 주요 도시 15개 호텔 인수 계약과 관련, 내년 초 딜 클로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방보험은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의 매각을 앞두고 실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호텔의 소유주가 다른 회사로 바뀌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서류조작 등으로 소유권이 불법 이전돼 있던 것인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와 관련된 안방보험의 소송이 마무리되고 소유권이 정상적으로 정리되는 것을 전제로 인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리스크는 계약 이전에 미리 파악하고 있었던 만큼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정작 잡음은 계열사들에 이전되는 부담과 관련해 터져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호텔 15개 자산을 58억달러(약 6조9000억원)에 인수했는데, 인수 자금을 부동산 사모펀드를 조성해 모집할 예정이다. 인수 자금 중 2조6000억원 가량은 미래에셋대우(1조8000억원), 미래에셋생명보험(4900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1900억원), 미래에셋캐피탈(1000억원) 등 계열사들이 수익권자로서 투입한 자기자본으로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자본투자와 현지 대출로 조달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1조원은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조달할 것으로 보이는데, 자기자본으로 투자된 2조6000억원규모 수익증권 중 일부도 기관 대상 셀다운이 진행될 전망이다.
문제는 1조원을 훌쩍 넘길 셀다운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각 계열사의 부동산투자 담당 부서들이 신규 투자에 나서는 데 주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증권사들이 지난해 말 이후 잇따라 사들인 해외 부동산의 미매각 물량이 약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약 1년간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남아있는 부동산 투자 물량 만큼이 미래에셋그룹의 투자 한 건으로 새로 공급되는 셈이다.
한 부동산금융 업계 관계자는 “미국 호텔 딜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발굴한 것이었지만, 박현주 회장의 강한 의지가 뒷받침돼 전 계열사가 감당해야 할 이슈가 됐다”며 “그룹 전체의 기관 영업 역량이 집중돼야 할 상황이다 보니, 자잘한 투자로 눈밖에 나지 않으려 신규 딜 발굴에 주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계열사들에 넘겨진 부담은 신규 투자 위축을 넘어 기존 인수 물량의 셀다운을 서둘러야 한다는 압박으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총 자산 가격이 1조830억원에 달했던 프랑스 파리 마중가 타워 인수 건이 대표적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약 4500억원 가량의 자기자본을 투입해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셀다운하고 있는데, 국내 소화 물량 3400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미매각 상태다. 이밖에 최근 인수한 일부 영국 런던 오피스, 이탈리아 밀라노 물류센터 등에 대한 셀다운 작업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시장 내 지위를 끌어올릴 기회가 되겠지만, 딜을 가져온 미래에셋자산운용 외 계열사 입장에서는 유망한 투자처를 발굴했더라도 투자하기 버거운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미국 호텔처럼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포트폴리오가 겹치는 자산들의 경우 어떻게 해서든 털어내라는 압박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준선 기자/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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