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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암 확률 높으니 검진을"…에스토니아, 全국민 DNA 빅데이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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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바꾸는 빅데이터 ③ ◆

매일경제

트누 에스코 부소장 에스토니아 바이오뱅크


"전 세계에서 처음 국가 단위로 유전체를 빅데이터화한 다음 이를 통해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바로 에스토니아 바이오뱅크의 비전입니다."

트누 에스코 에스토니아 바이오뱅크 부소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에스토니아의 지놈 프로젝트는 "인류의 빅데이터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에스토니아는 국민들의 DNA, 혈장, 백혈구를 빅데이터화하고 있다. 인간의 DNA는 33억개에 달하는 분자인 뉴클레오타이드와 빌딩 블록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를 저장하는 것 자체가 방대한 작업이다. 2000년 관련 법안을 제정한 후 지금껏 전 인구의 15%가 자발적으로 동참했다. 에스코 부소장은 "전체 인구가 130만명 남짓인데 20만명에 달하는 DNA를 저장하고 있다"면서 "이는 성인 인구의 약 20%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에스토니아의 바이오뱅크 빅데이터 프로젝트는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2014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헬스케어 웹사이트를 구축하면서 "에스토니아인들을 초대해야 했다"고 농을 던졌을 정도다.

빅데이터화된 유전자는 질병 가능성을 예측하고 맞춤형 진료를 위해 쓰인다. 특히 에스토니아의 경쟁력은 스마트 ID와 연동해서 나타난다. 환자들이 신분증만 제출하면 어떤 의료진이든 유전 질환 유무, 알레르기 유무, 진료 내역 등을 살펴보고 대응할 수 있어서다. 에스코 부소장은 그 사례로 유방암 진단을 들었다. 그는 "유방암 발생 가능성 지수가 상위 5%인 여성을 상대로 가족력과 무관하게 촬영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이들 여성은 유방암 발견율이 일반 여성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에스토니아 정부는 DNA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이들에게 사전에 안내하고 예방 의료를 통해 수명을 40년 가까이 연장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진단으로 돌연사증후군을 예방하겠다는 비전인 셈이다. 아울러 2015년부터는 미진단 질병이 있는 신생아를 상대로 지놈 분석을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이들의 약 30%가 병명 확인 등 진단을 받았다.

에스토니아 바이오뱅크는 내년 봄까지 20만명에 달하는 DNA 정보 제공자의 프로파일링을 끝내고 이 정보를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개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다만 1인당 DNA 분석·저장 비용이 약 200~800달러에 달해 에스토니아는 유럽연합(EU)과 정부 예산을 통해 지금껏 약 5000만유로(657억원)를 조달했다. 궁극적으로 그리는 비전은 에스토니아 전체를 '디지털 헬스 밸리'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기획취재팀 = 이상덕 팀장(선전·서울) / 이선희 기자(런던·프랑크푸르트) / 이승윤 기자(실리콘밸리) / 조광현 연구원(선전) / 강민경 연구원(실리콘밸리)]

■ 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과 빅카인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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