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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온난화 탓 1400m 네팔 고지대에도 뎅기열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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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기온 올라 높은 고도에서도 모기 서식

네팔 올해 수만명 감염 6명 목숨 잃어

도시화와 온난화 겹쳐 ‘대재앙’ 수준

WHO “세계적 경향 인구 절반 위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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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대인 네팔의 산악지구에서조차 열대지방에서 유행하는 뎅기열이 확산해 수십만명이 감염되고 목숨을 잃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네팔 서쪽 산악지구에 사는 리라와티 아와스티에게 홍수와 산사태, 위험한 도로는 일상적인 위험이다. 올해 아와스티는 모기가 옮기는 새로운 재해와 맞닥뜨렸다. 아와스티는 올해 5월 이후 뎅기열로 진단받은 네팔 국민 1만4천명 가운데 한 명이다. 전대미문의 이 유행병은 네팔 보건전문가들과 당국을 ‘돌아버리게’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실제 감염자 수는 14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6명은 목숨을 잃었다.

뎅기는 모기를 매개로 한 바이러스 질환으로 독감과 유사한 증세를 보인다. 네팔에서는 2004년 처음 발병했다. 그동안은 산발적으로 남부 열대 평지와 일부 도시지역에서 미미하게 발생했다.

올해 발병 규모와 범위는 전례 없이 크다. 뎅기열은 네팔 77개 군 가운데 67개 군에서 발생했다. 여기에는 고지대도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네팔 보건연구평의회 수석연구관인 메그나트 디말은 “보건체계가 튼튼하지 못한 가난한 나라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은 크다. 네팔에서는 뎅기열이 빠른 속도로, 특히 저지대에서 고지대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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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m 고지대인 카트만두계곡에서도 거의 2000건의 댕기열이 발생했다. 1400m는 영국에서 가장 높은 벤네비스산보다도 높다.

올해 대유행이 일어난 것은 강한 장맛비가 오랫동안 내리고 기온이 올라간 데다 빠른 속도의 도시화와 인구 이동 등 여러 요소들이 겹쳤기 때문이다. 도로 확장은 바이러스가 고지대까지 옮아갈 수 있게 했다. 감염된 사람들과 모기들은 차량으로 멀리까지 이동했다.

모기들은 보통 고지대로 올라가면 살기 어려운데 온도가 상승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라고 디말은 말했다. 그는 “모기가 2000m 고지대에서도 군집을 이룬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아와스티의 남편 람 두타는 “아내가 거주마을에서 뎅기열에 걸린 첫 환자"라며 "뎅기열 같은 질병이 일상이 될까봐 겁난다. 이 동네는 갈수록 더워지고 있다. 전에는 모기가 거의 없었는데 이제는 흔해졌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를 보면 뎅기열 급증은 세계적인 추세로 환자가 한해 3억9000만명까지 늘어났다. 세계보건기구는 전세계 인구의 절반이 뎅기열 위험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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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 수크라라즈열대감염병병원 원장인 바수 데브 판데이는 “(뎅기열은) 미래에 대재앙이 될 수 있다. 올해 대유행이 한창일 때에도 무척 힘들었다. 1만명의 환자가 병원으로 몰려들었다. 뎅기열 공포증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네팔의 뎅기열 환자 수는 과소평가된 것”이라며 “뎅기열 증상과 열대 열병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판데이는 “많은 사람들이 약국에 들러 처치를 받고 카트만두만 해도 환자 대부분이 개인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이들은 국가 질병통계에 잡히지 않는다”고도 했다.

뎅기열 대유행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환자들은 병원 수용능력을 뛰어넘었다. 수크라라즈병원의 외래국에서 일하는 랄 바하두르 와이바는 “사람들은 여기저기 땅바닥에 누워 있었다. 환자들은 그 자리에서 쓰러지기까지 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오전 7시에 병원 문을 열고 침대를 거리에까지 내어놓아야 할 지경이었다”고 전했다. 와이바를 포함해 14명의 병원 직원들도 뎅기열에 걸렸다. 그는 “두통, 요통, 관절통과 함께 메스꺼움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도시지역으로 몰려드는 인구로 편의시설이 열악하고 쓰레기 처리가 엉망인 도시들이 포화상태가 돼버렸다. 취약한 보건체계와 공중보건에 대한 인식 결여는 뎅기열이 창궐하는 데 좋은 조건이다. 수도시설도 없어 많은 주민들이 공동 펌프에서 물을 길어다 실내 수조에 물을 담아놓는데 모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판데이는 “심지어 버려진 국수통에 빗물이 고여 장구벌레(모기 유충)가 살 수 있게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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