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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상산고가 '동훈고'로 개명했다고? 깜짝 놀란 전주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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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정문에 '동훈고' 간판 걸려

시민·동문 "교명 진짜 바뀌었냐" 소동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촬영

자사고 존폐 갈등 뒤여서 억측 돌아

학교 측 "제작사 요청…사전 공지"

중앙일보

지난 7일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주 상산고 정문에 '동훈고등학교'라고 적힌 글씨와 로고가 붙어 있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촬영을 위해 제작사가 만든 세트로 확인됐다. [사진 상산고 총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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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전주 상산고가 최근 학교 이름을 바꿨다는 소문이 퍼져 주민과 학교 동문들이 진위를 파악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올해 자사고 지정 취소 문제로 홍역을 치른 탓에 이에 대한 반발로 개명(改名)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았다. 영화 촬영을 위해 주말 동안 교문 일부만 영화용 세트로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전주 상산고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이틀간 전북 전주시 효자동 이 학교에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가 촬영됐다. 박동훈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최민식과 김동휘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탈북한 천재 수학자가 자사고에 다니는 수포자(수학 포기자) 고등학생을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상산고는 '수학의 정석' 저자로 유명한 홍성대(82) 상산학원 이사장이 1981년에 세운 학교다. 2002년 자립형사립고, 2011년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돼 현재 1100여 명의 학생이 다닌다.

영화 촬영 때문에 주말 내내 상산고 정문에는 '동훈고등학교'라고 적힌 글씨와 로고가 붙어 있었다. 영화 촬영을 위해 임시로 만든 세트인 줄 모르고 학교 앞을 지나가던 시민들은 간판만 보고 상산고 교명이 바뀐 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상산고 원래 정문에는 '상산고등학교'라고 적힌 글씨 자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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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상산고가 지난 3일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영화 촬영 관련 안내문. [사진 상산고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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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고 관계자는 "영화 제작사 측에서 지난여름부터 두어 차례 학교를 답사했고, 학교에서 심의 후 촬영을 허락했다"며 "사전에 '학교에서 영화 촬영이 있을 것'이라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안내했고, 학교 홈페이지에도 공지했다"고 말했다. 영화 촬영은 무사히 끝났고, 주말이라 면학 분위기에도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고 한다.

현재 상산고 홈페이지에는 지난 3일 학교 측이 올린 '12월 7, 8일 학교 출입 통제 안내'라는 제목의 공지가 떠 있다. 학교 측은 해당 공지에서 "12월 7일(토), 8일(일)에 우리 학교에서 영화 촬영이 예정돼 있다"며 "촬영 장소는 교문, 학교 전체 전경, 강당 내부"라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불가피하게 교문을 간헐적으로 통제하고자 한다"며 "교문을 출입하는 학생·학부모님께 다소 불편을 드릴 수 있어 사전 양해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영화 제목과 감독·배우 등도 공지에 함께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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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주 상산고 정문에 '동훈고등학교'라고 적힌 글씨와 로고가 붙어 있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촬영을 위해 제작사가 만든 세트로 확인됐다. [사진 상산고 총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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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상산고 원래 정문. '상산고등학교'라고 적힌 글씨 자체가 없다. [사진 상산고 총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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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상산고 정문 옆에 있는 학교 표지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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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에서 빚어진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시기적으로 상산고가 자사고 존폐를 두고 전북교육청과 격하게 갈등을 빚은 뒤여서 '교명 변경'을 사실로 믿은 시민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상산고는 올해 개교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었다. 지난 6월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 점수 80점에서 0.39점 모자란 79.61점을 받아서다.

전국 자사고 42곳 가운데 11개 시·도 24곳이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는데, 전북교육청만 재지정 기준점을 나머지 시·도 교육청이 정한 70점보다 10점 높게 올린 게 불씨가 됐다. 상산고는 "불공정하다"고 반발했지만, 전북교육청은 "일반고도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점수"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교육부가 지난 7월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평가는 교육감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며 평가 적정성이 부족하다"고 결정을 뒤집으면서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상산고 총동창회 관계자는 "자가용을 몰고 지나가던 한 여성이 상산고 이름이 바뀐 줄 알고 '학교 이름이 진짜 바뀌었냐'고 물어볼 정도로 인근 주민뿐 아니라 동창회 내부에서도 큰 화제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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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이 취소된 지난 6월 20일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북교육청 앞에서 학부모와 총동창회 회원 등이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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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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