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3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운전기사 갑질폭행' 이명희 "엄격한 성격 때문…반성한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직원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비원과 운전기사를 상습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가 첫 재판에서 "엄격한 성격 때문"이라며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이씨의 변호인은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객관적인 공소사실은 전부 인정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이런 행위를 한 것은 성격이 본인에게 굉장히 엄격하기 때문"이라며 "자신에게만 엄격한 것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정확히 일해주기를 바라는 기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운전기사 등 직원 9명에게 22차례에 걸쳐 소리를 지르며 욕하거나 손으로 때려 다치게 한 혐의로 지난해 말 기소됐다.

이씨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식재료를 충분히 사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원을 문지방에 무릎 꿇게 한 뒤 책을 집어 던져 눈 부위를 맞히고, 걸레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플라스틱 삼각자를 던져 턱에 맞힌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직원이 3m 높이 사다리에 올라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일을 빨리하지 못한다며 사다리를 걷어차 직원이 사다리에서 떨어진 적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가 직원들에게 집어 던진 것으로 조사된 물건은 스카치테이프 커터기, 철제 전자가위, 열쇠뭉치, 난(蘭) 화분 등 다양했다. 이씨는 던진 화분이 깨지지 않자 다시 집어오라고 한 뒤 직원을 향해 던져 깨뜨리기도 했다.

이같은 혐의에 대해 변호인은 "일을 못 하면 화를 내기도 하는 성격을 피고인은 가지고 있다"며 "그러나 되돌아보면 이런 행위와 태도가 전체적으로 부족함에서 비롯됐다고 반성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변호인은 이씨의 행위에 '상습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이씨가 던진 것이 '위험한 물건'이라고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일부 법리적으로 다투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중 '상습성'과 관련해 변호인은 "공소사실의 행위가 집중된 기간은 조 회장의 평창올림픽 유치 활동에 대한 내조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중됐던 때"라며 "오랜 기간 엄격한 시어머니를 봉양하며 평생 스트레스를 인내하고 살았던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이런 행동을 한 것이 아닌지 살펴달라"고 주장했다.

또 직원에게 던진 화분은 '위험한 물건'이라 보기 어려우므로 특수폭행 혐의가 적용될 수 없고 일부 범행은 '피멍'이 든 수준이라 상해죄를 묻기 어렵다고 변호인은 주장했다.

이씨는 "변호인과 같은 의견이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견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갑질 폭행'으로 재판 중인 이씨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도 기소돼 지난달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