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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판문점 불발됐지만… 北 응답 기다리는 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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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단 일본으로… 北 뒤늦게라도 원하면 평양에 갈 수도

트럼프 "北 도발하면 처리할 것" 협상 결렬시 군사행동 시사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측에 회담을 공개 제안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7일 다음 행선지인 일본으로 출국했다. 북한은 비건 대표의 제안에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미국은 비건 대표가 귀국(19일)하기 전까지 북이 어떤 식으로든 호응해오는 시나리오를 진지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미·북 접촉 장소가 꼭 판문점일 필요는 없다"며 "미국은 비건 대표의 방일 중에라도 북측의 호응이 있으면 역내 다른 장소에서 바로 협상할 준비를 갖추고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비건 대표의 귀국 예정일은 19일이지만 북의 반응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 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며 "도쿄 인근 요코다(橫田) 공군기지 등 주일 미군 기지로 이동해 미 군용기를 타면 2시간 내 평양에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연희관에서 비공개 특강을 마친 뒤 차량에 오르고 있다. 이날 비건 대표는 북한 측이 자신의 회담 제의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질 않자 다음 행선지인 일본으로 출국했다. /장련성 기자


이처럼 사전 조율 없이 추진 중인 회담의 성사 여부가 연말연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정세를 좌우할 전망이다. 지난 6·30 미·북 판문점 회동도 사전 조율 없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윗에 북이 호응하며 전격 성사됐다. 다만 지금은 비핵화와 그 대가(이른바 '근본적 해결책')를 둘러싼 양측 입장 차가 워낙 커 '연말 시한'을 전후해 북이 도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각) 북한에 대해 "(도발 관련해) 뭔가 진행 중이라면 나는 실망할 것"이라며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이를 처리(take care of)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대화 대신 핵·미사일 도발의 길을 택했다는 징후가 뚜렷해지면 미국도 가만있지 않겠다는 '경고'를 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행사에서 기자들이 북한 관련 질문을 하자 "우리는 북한을 지켜보고 있다. 사실상 많은 곳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매우 밀착 감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미국은 각종 정찰 자산을 거의 매일 한반도 상공에 띄워 북한의 도발 징후를 감시하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이날 "북한이 어떤 시험을 실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에스퍼 장관은 룩셈부르크를 방문한 뒤 워싱턴 DC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북한이) 시험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건 대표가 전날 서울에서 '타당한 단계'와 '유연성'을 언급하며 미·북 회담을 공개 제안한 것은 이런 도발 징후를 포착하고 '상황 관리'를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지난 15일 촬영된 평북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북한이 수직 엔진 시험대의 정비에 들어갔다고 추정했다. 평소 시험대를 덮고 있던 개폐식 가림막이 시험대 앞쪽으로 접혀 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또 수직 엔진 시험대 주변의 초목들이 탄 것으로 보아 북한이 지난 7일과 13일 진행했다는 '중대 시험'이 이곳에서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북한은 2017년 3월 동창리 수직 엔진 시험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백두산 엔진'의 연소 시험을 한 뒤, 이를 장착한 화성-14·15형 ICBM 발사에 잇따라 성공했다. 이번에도 같은 장소에서 ICBM용 엔진 연소 시험이 이뤄진 게 사실이라면 북이 조만간 ICBM 발사에 준하는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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