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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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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공정·꼼꼼… 잘못 인정 필요' 한국당 '과감·힘… 참을성 부족' [2020 신년특집 - 한국사회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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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어그램’으로 본 정당 스타일 / 민주당 유형/ 집권여당 정책 통한 이미지 형성/ 도덕성 강해 ‘스스로 모범’ 기대감/ 높은 기대치만큼 불안 무의식도/ “내부 흠결·부족 등은 시인해야” / 한국당 유형/ 반복된 장외투쟁에 강경한 이미지/ 지배력·리더십… 단호한 느낌 강점/ 소통 부족… 정치적 협상 기술 필요/ “자애로운 마음 갖고 끈기 있게 가야”

세계일보

서울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며 세밑 한파가 찾아온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한강 변에 고드름이 달려 있다. 패스트트랙 충돌, 선거법과 공수처법 처리로 몸살을 앓던 국회도 2019년을 마치고 2020년 21대 총선과 함께 새로운 국민의 일꾼을 맞이한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국회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129명)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108명)이 전체 의석의 79%(237석)를 차지한 거대 양당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의 정치적 수준과 갈등조정 능력이 대한민국 정치판을 좌우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한 해 양당은 끊임없는 대립과 반목을 거듭하며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했다. 양당에 대한 국민의 생각은 한국 정치에 대한 관심 또는 혐오와 통한다. 세계일보는 심리 진단 프로그램인 에니어그램 기법을 이용해 민주당과 한국당에 대해 갖고 있는 국민 인식을 살펴봤다.

◆민주당 이미지 ‘공정·꼼꼼’…“잘못 등은 과감히 인정해야”

세계일보가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 창’ 및 여론조사업체 ‘우리리서치’와 함께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진행한 ‘2020년 한국사회 진단과 전망 여론조사’ 결과(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포인트)에 따르면, 민주당 스타일로는 ‘공정하고 꼼꼼’을 꼽은 응답자가 19.5%로 가장 많았다. 두번째는 ‘평화추구, 포용적’(19.%)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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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으로서 그간 펼쳐온 정책과 국민에 대한 약속이 이미지 형성에 주요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대통령 취임사에서 “문재인과 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선포하며 현 정권의 기치로 ‘공정 사회’를 내걸었다. 적폐 청산도 그 일환이었다.

에니어그램 심리 기법에 따르면 ‘공정·꼼꼼’은 개혁가적 이미지와 통한다. 어떤 대상을 이렇게 평가할 때는 그 대상이 도덕적·정의감이 강하고 스스로 모범을 보일 것이란 기대를 갖는다. 하지만 도덕적으로 높은 기대치를 갖는 만큼 이중생활의 가능성이 있다는 불안도 무의식에 깔린다. 공정·꼼꼼한 대상이 개혁을 완수하길 바라면서도 다른 면모가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실제로 그러한 면모를 발견했을 때는 더 실망하거나 분노하게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당에 대한 이미지는 반드시 긍정적인 이유로 떠올린 게 아닐 수 있다”며 “‘조국 사태’에서 보여준 공정하지 못한 측면 때문에 공정이 떠오르고, 포용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그 단어를 떠올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권여당이 포용적이라면 우리 사회가 지금처럼 양분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냉정하게 보면 민주당도 집권세력으로서 많이 기득권화됐지만 한국당이 워낙 극단적인 면모를 보이기에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혁가적 스타일로 평가받는 대상이 해당 유형의 단점을 개선하려면 에니어그램 분석에서는 ‘내면의 분노를 인정하고 감정을 숨기지 말라’고 조언한다. 민주당의 상황에 대입해보면 도덕적인 완전무결함을 내세우기보다는 내부의 흠결과 부족함을 인정하면서 상대적으로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이미지를 내세우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풀이된다. ‘감수성 풍부’는 16.7%, ‘친절하고 관대’ 14.0%, ‘유능하고 효율적’은 12.8% 등 민주당은 다른 유형도 골고루 나온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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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이미지 ‘과감·힘 넘침’…“소통 및 대안 마련에 노력해야“

반면 한국당에 대한 이미지는 일부 유형에 더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한국당의 스타일로 ‘과감하고 힘 넘침’(21.9%), ‘감수성 풍부’(16.6%)를 1, 2위로 꼽았다. 에니어그램에서는 각각을 도전자, 열정가 스타일로 분석한다.

도전자 유형은 지배력과 리더십이 있고 단호한 느낌을 준다. 자신감·결단력이 있고 구성원을 끝까지 책임지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어떤 대상을 도전자 유형으로 꼽을 때는 참을성이 없고 자신보다 타인에 대해 높은 기대치를 갖는 유형이라는 인식도 평가에 반영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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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올 한 해 반복된 한국당의 장외투쟁이 이러한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조국 사태’ 이후 서울 광화문에서 잇달아 대규모 집회를 연 데다 최근에는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열며 지지자들이 국회 본관을 둘러싸고 경찰과 대치하는 불법 시위도 벌어졌다. 한국당은 내달 3일에도 광화문에서 ‘국민과 함께, 문재인정권 2대 독재악법, 3대 국정농단 심판 국민대회’라는 주제로 장외투쟁을 이어간다. 신 교수는 “한국당을 힘이 넘치는 정당으로 생각하는 건 장외투쟁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높게 나온 ‘공정·꼼꼼’과 ‘평화추구, 포용적’ 항목은 한국당에선 각각 8.3%, 7.7%로 훨씬 낮게 나왔다. 도덕성보다는 유능한 이미지가 강한 보수의 기본 색채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거치며 한국당의 도덕 점수가 더 깎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 ‘유능하고 효율적’이라고 본 응답자가 13.3%로 민주당보다 높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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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어그램에서는 도전자, 열정가 스타일에 ‘자애로운 마음을 갖고 시간을 가지고 끈기 있게 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응답자들이 한국당에 더 높은 점수를 준 ‘유능함’ 유형에서는 ‘현실에서 동료들과 어울리기(함께 밥 먹기)’를 추천한다. 한국당의 상황에 대입해보면 반대를 위한 반대보다는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며 정치적 협상의 기술을 선보이는 전략이 유권자의 마음을 사는 유효한 전략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현미·최형창·이창훈·장혜진 기자 engine@segye.com

‘에니어그램’은

‘에니어그램(Enneagram)’은 일종의 심리 진단 프로그램이다. 사람의 성격을 9가지로 분류하는 ‘성격 유형 지표’로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인재 발굴 및 육성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있다. 에니어그램은 사람의 성격을 크게 3개의 자아와 그 아래 존재하는 9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3개의 자아는 몸의 에너지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장(배)형, 가슴형, 머리형으로 구분한다. 장형은 몸의 에너지가 주로 본능이나 습관으로 나타난다. 머리형은 사고나 논리로, 가슴형은 감정과 정서로 표출된다. 먼저 장형은 △솔직하고 과감한 보스형 스타일(도전자) △외유내강의 화합적인 통합형 스타일(화합가) △도덕적이고 공정한 개혁형 스타일(개혁가)로 나뉜다. 다음으로 가슴형은 △민감하고 정이 많은 이타적 스타일(조력자) △실용적이고 능력을 중시하는 목표 지향적 스타일(성취자) △개성이 뚜렷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예술가적 스타일(예술가)이다. 마지막으로 머리형은 △분석력과 지식이 풍부한 스타일(사색가) △계획적이고 충실하며 신중한 스타일(충성가) △낙천적이고 열정적인 스타일(열정가)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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