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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전기차·자율주행 결합, 차량 공유로… 미래차 시대 ‘성큼’ [모빌리티 전방위 융복합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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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만에 돌아온 전기차 / 1886년 내연기관차보다 5년 빨리 등장 / 싼 기름값·차량 대량 생산에 밀려 퇴장 / 친환경 가치·기술 발전 업고 다시 등판 / 자율주행 SW와 만나 ‘날개’ / ICT·완성차 업계, 영역·경계 없는 싸움 / 성능·통신반응 우위 전기차와 ‘환상 궁합’ / 2030년이면 완전 자율주행 시대 예고 / 산업 전반 재편 시작되다 / 디카 나오면서 필름 산업 붕괴 불렀듯이 / 내연기관 생산 제조업·노동시장 큰 변화 / 지는 산업·뜨는 산업 자리교체 불가피 / 결론은 차량 공유 / 운전자·승객 매개서 차량·사람 연결로 / 스마트폰처럼 차량은 단말기화 전환 / 새로운 서비스·비즈니스 탄생 불 지펴

세계일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이 결합한 ‘미래차 혁명’은 최근 수십년간 일어난 ‘인터넷 혁명’이나 ‘모바일 혁명’ 등에 비견될 정도로 여러 산업의 흐름을 재편하고, 우리의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는 가운데 기존 자동차 제조사는 물론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나 에너지 업계, 엔터테인먼트 업계 등 다양한 업계가 결합하며 융복합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투자 규모가 웬만하면 수십조원일 정도로 규모도 엄청나다.

여러 기술, 산업, 기업이 얽혀 미래를 건 각축전이 치열해 보이지만 큰 흐름은 비교적 간단하다. 전기차라는 하드웨어와 자율주행 관련한 소프트웨어의 결합체가 승차 공유 및 서비스 플랫폼에서 구동되는 것이 미래차의 핵심이다.

◆전기차, 100년 만의 ‘재등판’

미래차의 3요소 중 배터리 산업의 발전과 맞물리며 발전이 두드러지는 전기차는 사실 19세기에 모습을 처음 드러냈다. 1881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전기박람회에서 3륜 전기차가 대중에 선보였고, 1884년에는 ‘영국의 에디슨’으로 불린 토머스 파커가 상용 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1886년 가솔린 엔진 자동차(칼 벤츠 개발)를 시작으로 내연기관차가 등장하기도 전이었다. 1898년 포르셰가 처음 시장에 내놓은 자동차도 전기차 P1이었고, 1897년 미국에서는 전기차를 뉴욕 택시로 채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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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일렉트릭이 개발한 전기차 옆에서 포즈를 취하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 위키피디아 제공


전기차의 인기에는 연료가 연소되는 냄새나 진동, 소음 등에서 전반적으로 우위를 보인 부분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석유 가격이 비쌌다는 점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후 자동차의 역사가 내연기관차의 역사가 된 것에는 1913년 포드가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내연기관차를 대량생산에 착수하며 차 한 대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진 데 이어 1920년대 미국 텍사스에서 거대 유전의 개발로 연료비까지 대폭 낮아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배터리 기술의 한계로 내연기관차보다 주행거리는 짧고, 충전시간은 긴 고질적인 문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은 것이었다.

100년 뒤인 현시점에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퇴출시키는 상황에는 우선 친환경 가치가 상승하는 가운데 배터리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을 들 수 있다. 100년 전 시대의 전기차에 장착된 납축전지는 무겁고 에너지 밀도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1980년 리튬 원소의 전기화학적 성질이 규명됐고 1991년 소니가 리튬이온 전지를 처음 상용화하며 배터리 산업의 판도가 달라졌다. 수명은 연장되고 충전시간은 단축되며 단가는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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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가 다음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0’에서 선보이는 콘셉트 카 ‘비전 EQS’. 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전기적 특성으로 차량의 성능도 내연기관차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내연기관의 경우 연료가 공급돼 연소, 압력 발생, 피스톤 가동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반응이 다소 늦지만, 전기차는 전기가 공급되며 모터를 가동하기 때문에 순간 가속력이 내연기관차보다 뛰어나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이 2초대인 전기차가 시판된 지 오래고, 출력 측면에서도 전기차가 동급 우위를 보이며 최근 선보인 현대차의 포터 II 일렉트릭 등 전기 트럭 모델도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각국 정부가 탄소 배출 저감을 목표로 배터리 및 전기차 산업에 막대한 지원을 쏟아붓는 것도 강력한 촉매가 되고 있다. 기술과 시장성으로 기업이 자발적으로 연구개발(R&D) 및 상용화 경쟁에 뛰어드는 상황에 정부 지원금이 발전을 부채질한 것이다. 이미 휴대전화 분야에서 기술력을 축적한 배터리 제조사들이 자연스럽게 기술력과 규모를 끌어올리는 자연스러운 흐름도 맞물리며 전체적으로 선순환 고리가 탄생했다.

결국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에 전기차 출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생존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전기차의 재등판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디지털카메라의 사례를 통해 대략 이해해볼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며 필름 시장을 시작으로 인화 장비, 인화지 등의 관련 산업이 도미노처럼 붕괴된 것처럼 엔진과 변속기, 클러치 등 제조업 전반이 재편되고 엔진오일 등 각종 소모품의 의미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전기차와 ‘찰떡궁합’

1930년대 세계 박람회 등의 무대에서 제시된 자율주행의 개념은 1990년대 유럽과 미국의 도심, 고속도로 등에서 실제 주행에 성공하며 구체화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연구 차원, 시험주행 등의 단계였지만 2009년 구글이 자율주행차 개발을 선언하며 기존 완성차 업계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위기감을 느낀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이 앞다퉈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뛰어들며 협력과 경쟁의 경계가 모호한 달리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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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용화된 자율주행 기술들은 반자율주행 수준으로 아직은 운전자의 책임에 무게가 쏠려 있다. 제조사들은 대체로 2020년대 초반을 목표로 혁신에 나서고 있지만 완전자율주행과 관련한 기술이 무르익는 시기는 2030년 무렵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율주행 기술 자체뿐 아니라 안전과 탑승감, 책임소재 및 보험, 교통 체계 등 다양한 시스템이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운전면허의 정의나 사고처리 등 과제가 여러 분야에 산적해 있다.

어느 정도 모습이 구체화한 전기차에 비해 자율주행차는 아직도 연구개발의 수준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글로벌 ICT 기업까지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는 미래차 시대에는 소프트웨어 측면의 자율주행이 하드웨어인 차량을 하위 벤더로 전락시킬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능형 모빌리티의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향후 6년간 61조원 이상을 쏟아붓는 것에 수긍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율주행 또한 기존 산업을 붕괴 및 재편하는 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선 택시나 화물차를 모는 운전기사를 비롯해 대리운전기사는 물론 주차 도우미 등에 이르기까지 노동 시장에 큰 타격을 입히게 된다. 보험시장 또한 수익의 대폭 감소가 불가피하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와 환상의 궁합을 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초저지연의 통신 속도에는 차량의 구동 속도의 수반도 필수적이다. 좀 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전기차가 더 적합할 수밖에 없다.

◆차량 공유, 미래차 시대의 ‘화룡점정’

차량 공유는 최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분야다. 다양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결국 ‘운전자가 필요한 공유’라는 점이 그 중심에 있다. 검증되지 않은 운전자의 범죄나 사고, 운전자의 노동상 지위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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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선보인 초고속 전기차 충전설비 ‘하이차저’. 현대자동차 제공


그러나 완전 자율주행 시대에는 이러한 문제가 대부분 해결될 수 있다. 차량을 사용자 앞까지 가져다주는 것은 물론, 운전자를 선임할 필요, 목적지에 도착한 뒤 주차와 주차장을 신경 쓸 필요도 사라진다.

현재 선보이는 차량 공유 플랫폼들은 차량이 아닌 운전자와 승객을 매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완전 자율주행 시대의 차량 공유 플랫폼은 말 그대로 차량과 사람을 연결하게 된다. 차량이 무인화하며 스마트폰처럼 단말기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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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전기차와 자율주행, 차량 공유는 각 분야의 약점을 보완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하며 하나의 시스템으로 맞물려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분야별 경계가 희미해질수록 기존 산업의 지위는 위태로워지겠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환경 오염과 교통사고, 교통난 등의 문제가 해소되고 새로운 서비스와 비즈니스에 영감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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