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2일 최고위원 회의를 열어 한국당에 재입당을 희망하는 인사에 대한 복당(復黨)을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보수대통합 차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황교안 대표는 새로운보수당을 추진하는 유승민 의원에게 보수대통합을 제안한 상태다. 본격적인 통합 협상이 시작도 되기 전에 한국당이 탈당 인사 흡수를 통해 유 의원 측 압박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등 의원 및 당직자들이 2일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새해 국민들께 드리는 인사'에서 국민의례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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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은 이날 최고위 후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많은 인사들의 탈당이 있었고, 무소속 출마 등으로 입당이 보류된 인사들도 상당수 있는 상황"이라며 "탈당 인사, 무소속 후보 등으로 선거에 출마한 인사, 입당 보류 및 계류된 인사, 입당 관련 이의신청 제기한 인사 등 다양한 사유로 입당이 불허된 인사에 대해 당헌‧당규에 의거하여 재입당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황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라를 위해서 또 당을 위해서 다시 노력할 수있는 기회를 널리 드리겠다는 차원의 조치"라고 했다. 한국당은 복당을 희망하는 인사에 대해서는 오는 10일까지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한국당이 탈당한 인사들의 재입당을 전면 허용한 것을 두고 새보수당 흔들기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새보수당 창당에 참여하는 인사 중에는 탄핵 정국에서 한국당의 전신인 옛 새누리당을 탈당한 인사들도 적잖다. 한국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새보수당과 통합 협상을 하자면서 당밖의 탈당 인사들을 흡수하겠다는 것은 창당 작업을 추진 중인 새보수당 깨기로 비쳐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국당 일부에서는 "황 대표가 유 의원 등 새보수당 세력과의 통합에 흥미를 잃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황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새보수당과의 통합 계획을 묻자 유 의원을 "유 아무개"라고 부르기도 했다. 한국당의 한 인사는 "황 대표가 당내에서는 비주류, 당밖에서는 새보수당 측으로부터 압박을 계속 받으면서 강경파들의 의견에 기우는 것 같다는 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황 대표의 이런 전략은 새보수당과의 본격적인 통합 협상을 앞두고 일종의 기싸움에 나선 것이란 말도 나온다. 통합 협상이 시작되면 총선 공천 지분과 노선 정립 문제를 두고 양측이 치열하게 대립할 공산이 크다. 그런 상황에서 새보수당의 기를 꺾고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압박전에 나선 것이란 얘기다.
새보수당은 '재입당 전면 허용'을 내건 한국당의 의도 파악에 나섰다. 새보수당 핵심관계자는 "한국당이 유승민 의원의 3원칙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통합도 연대도 없다. 그것이 모든 논의의 출발"이라면서도 "내용을 좀 더 살펴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황 대표와 유 의원은 지난 1일 새해 첫날 보수대통합을 빨리 추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들고 나왔지만, 신경전을 벌였다. 황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유 의원과의 통합에 대한 질문에 '유 아무개'라는 표현을 썼고, 유 의원은 "한국당으로는 보수통합이 어렵다"고 했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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